기업 '발 동동'...'절감'말고 뾰족한 대책 없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3.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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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원자재 가격 폭등과 기업 경쟁력

“허리띠 조이기에 동참합시다.”

국제 유가의 상승과 더불어 원자재 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시작됐다. 각 분야별 업체들에 따르면 원가 줄이기를 위해 기업 내 지출을 줄이는 한편 설비개선을 통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위 30개 기업의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관리비, 판매비 등 각종 제비용을 뺀 금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후 백분율로 표시한 수치로서 기업에서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삼고 있다.

상위 30개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2004년 12.83%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05년에는 10.11%, 2006년에는 8.51%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8.31%까지 하락하는 등 3년 연속으로 기업의 이익률이 하락했다.



이는 상위 기업이 1만원짜리 제품을 판매해 2004년에 1283원의 이윤을 올렸으나 2005년에는 1011원, 2006년에는 851원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831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는 말이다.

30대 대기업의 이윤이 감소하는 것으로 볼 때 하위 그룹의 수익성은 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농심이 전체 물품을 대상으로 판매가 대비 5~16%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가격 인상을 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철강 소재 자동차·조선의 희비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아직은 든든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자동차업계는 생산비의 증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상위권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어 약간의 가격조정에도 탄력성이 크지 않지만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가격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국산차의 저가 이미지가 제조가 상승 국면에서는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사내 구매파트가 힘든 것은 사실이나 자동차산업같이 철강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곳은 납품가를 연간 계약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당장의 가격상승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각 부서별 비용절감의 압박이 있다”며 “비상경영을 실시한 2년 전 부터 과장급 이상의 연봉 동결과 광고 선전비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등의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는 원자재 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급등한 철강분야에서 후판이 조선에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3%선에 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여전히 국내에서 제조되는 선박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해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수주액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공급은 한계가 있는 반면 수요는 월등해 가격이 소폭 증가한다 하더라도 구입을 줄이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조선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두 업계에 철강을 공급하는 포스코는 지난 2월부터 철강재 가격을 전체적으로 약 10% 인상했다. 뒤를 이어 동부제강, 유니온스틸 등 강판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VALE)사와 올해 철광석 가격을 지난해보다 6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며 “2006년에 철광석 가격이 19% 가량 인상됐으나 우리 회사는 가격 동결을 유지하다 1년 6개월만에 가격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원료의 가격상승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포스코는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2006년과 2007년에 6시그마 및 QSS 등 혁신기법을 적용해 저렴한 철광석으로 고급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진행하면서 각각 1조1000억과 8287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항공사도 고유가 대책안 내놔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서며 고유가에 시달리고 있는 항공업계도 비용 절감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유가와 관련 ‘최대 허용 유류비용’을 설정해 계획대비 실제 유류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 한편 연료관리팀을 상설조직으로 두고 경제항로 개발 등 연료절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 '발 동동'...'절감'말고 뾰족한 대책 없나


또 대한항공은 근본적인 유류비 절감을 위해 고효율 항공기로 기종 대체도 서두르고 있다. 좌석당 연료 효율이 높은 보잉사의 B787 기종을 2009~2011년에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며 에어버스사의 A380 초대형 여객기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8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총비용 대비 유류비 비중은 34%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으로 금년도 연간 유류 사용계획은 약 3170만 배럴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3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도 유류 절감을 고유가 대책으로 내놓고 항공유 절감을 위한 운항방안을 수립했다. 아시아나는 경제고도와 경제속도의 운항을 원칙으로 하면서 비행기의 날개에 양력을 증대시켜주는 플랩(Flap)의 이용을 줄여 연료소모율을 낮추고 있다.

또 기내에 탑재물품을 줄여 항공기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단행했다. 예를 들어 기내 탑재 카트를 경량화 시키거나 적당량 급유를 통한 항공기 무게 감소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는 지상 대기시 엔진 가동을 줄이는 대신 항공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차량인 GPU와 보조 동력장치인 APU를 사용해 엔진사용에 따른 연료 소모를 줄이고 있다.



◆정유업계 중질유 분해시설 증설

고유가 시대에 맞서는 정유업계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최근 정유업계는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중질유 분해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2기의 중질유 분해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GS칼텍스는 제3중질유 분해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투자비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완공 목표는 2010년 말. 이미 이 회사는 1ㆍ2중질유 분해시설을 통해 하루 14만5000배럴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기업 '발 동동'...'절감'말고 뾰족한 대책 없나
해외유전개발의 참여도 눈에 띤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난 11월부터 추진 중인 이라크 바지안 광구를 포함해 동남아, 중동, 러시아를 포함한 구 소련연방 등 유망지역에 대한 추가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며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전략적 연계를 통해 유전개발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고 고유가 타파전략을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7월부터 고도화 설비에 대한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SK에너지도 제3중질유분해공장을 올 4월 준공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고도화 설비투자에 각각 1조5000억원과 694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현대오일뱅크도 5월말부터 2조1000억원을 들여 2011년까지 고도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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