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서민·경제 못지않게 규제개혁을 강조했고, 앞으로 국가경쟁력강화회의를 매달 열어 규제개혁 추진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각 부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경제파급 효과가 큰 덩어리 규제부터 손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규제를 쥐고 있는 공무원들도 충분히 예상한 수순일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만 보더라도 새 정부 출범 직후 규제가 화두로 부상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각 정부는 규제개혁에 그야말로 '열성적'이었다.
그런데도 규제가 여전히 과도하다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주한 외국 기업인들은 규제개혁을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았다. 국내 기업인들의 바람도 예외는 아니다.
규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건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운용에 있다. 규제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 절차가 한 자리에서, 신속히 진행된다면 기업인 등의 불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당국의 '프렌들리'한 자세도 필요하다. 규제를 자의적으로 적용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규제가 도입된 취지는 살려야 한다. 다만 추후 사고가 발생하거나 감사 과정에서 문책을 받을까 걱정해 지나치게 '보신주의'로 접근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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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합병을 놓고 뒤늦게 불거진 1조원대 법인세 논란을 보자. 국세청은 최근 하나은행이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하면서 결손금이 많은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역합병' 방식을 택한 것은 조세회피 행위라고 판정해 과세를 통지했다. 세금탈루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한 원칙을 세우는 것은 과세당국의 의무다. 국세청은 이번 결정에 앞서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공적자금 회수에 주안점을 둔 정부의 지침을 따른 것이었고, 당시 인수가격도 이월결손금 공제에 따른 세금 감소 혜택까지 감안해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하나은행이 법원에서 다퉈볼 수 있지 않느냐고 조언하는데, 하나은행이 설사 승소하더라도 그 사이 입게 될 무형의 타격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을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새 정부가 규제의 건수만 줄일 게 아니라 운용만 전향적으로 바꾸어도 "리얼리, 프렌들리!"라는 환호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