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族·KTF族끼리 3G폰 돌려쓴다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3.13 08:53
글자크기

SKT·KTF, 27일 3G폰 USIM 잠금해제…하반기 사업자간 호환

4400만명이 넘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최근 관심사는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제다.

SK텔레콤 (57,500원 ▼900 -1.54%)KTF (0원 %)가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일몰에 발맞춰 이달 27일부터 3세대(G) 이동통신서비스의 USIM 잠금장치를 해제하기 때문이다.

이통 가입자들은 'USIM 잠금장치만 해제되면 어떤 휴대폰이라도 USIM만 꽂으면 바로 쓸 수 있다'는 말에 많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SK텔레콤 가입자는 SK텔레콤 휴대폰에서만, KTF 가입자는 KTF 휴대폰에서만 USIM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반쪽짜리 'USIM 이동'에 만족해야하는 상황이다.

일단 이달말부터 사업자내 USIM 이동이 실시되고, 이후 문자메시지(SMS) 등에 대한 호환작업이 끝난 이후인 하반기쯤에나 사업자간 USIM 이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SKT와 KTF간 USIM 이동도 가능?

USIM은 3G WCDMA 세계 표준으로 3G 단말기에 탑재돼있다. USIM은 이동전화 가입자 관리 및 인증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 교통,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 기능까지 담을 수 있다.

이통사들의 USIM 잠금장치 해제 선언에 780만명에 달하는 3G 이통 가입자들은 가입한 이통사에 상관없이 모든 3G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3G 가입자가 SK텔레콤 또는 KTF 상관없이 모든 3G 휴대폰에 USIM을 꽂아서 통화를 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F가 이달말부터 실시하는 USIM 잠금장치 해제의 범위는 자사내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즉, SKT 가입자는 SKT 휴대폰에서만, KTF 가입자는 KTF 휴대폰에서만 USIM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자내 USIM 이동의 경우 음성통화를 비롯해, 영상전화, 문자메시지(SMS), 무선인터넷 등 모든 서비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다만, 위성DMB나 와이브로처럼 휴대폰에서 인증이 처리되는 특화 서비스는 휴대폰이 바뀌면 이용할 수 없다.

문제는 사업자간 USIM 이동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통부 시절 오는 7월까지 사업자간 USIM 이동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통업체들은 7월까지 사업자간 USIM 이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사업자간 USIM 이동이 허용되더라도 음성통화와 영상통화, 발신자확인서비스(CID)는 가능하지만, SMS는 사용할 수 없다. SK텔레콤과 KTF가 사용하는 SMS 표준이 다르기 때문. SMS조차 안되면 USIM 이동은 말그대로 '무용지물'.



필수기능인 SMS 호환문제의 경우 이통 사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한다하더라도, 무선인터넷을 비롯해 수많은 부가서비스의 호환문제가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업자내 USIM 이동시 어떤 변화?

그렇다면 이달말 사업자내 USIM 이동이 실시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선 사업자내 USIM 잠금이 해제되면 3G 가입자들은 여러 개의 휴대폰을 하나의 전화번호(USIM)로 쓸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나 기능이 다른 휴대폰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서비스 및 과금은 USIM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또한 USIM에 전화번호부를 저장해 놓으면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내장된 전화번호부를 일일이 옮길 필요가 없으며, 금융 등 필요한 기능을 USIM에 담을 경우 별도로 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될 경우 이에 따라 중고휴대폰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 도난이 빈발하거나 잃어버린 휴대폰을 되찾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그동안 휴대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 등으로 인해 별도로 내지 않았던 USIM 비용을 앞으로 지불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들이 USIM을 별도의 제조사에서 구매하기 때문이다. USIM 가격은 일반칩은 1만원선이며, 금융칩은 1만1000원수준이다.



휴대폰과 개인정보단말(PDA), 3G 무선인터넷모뎀간 USIM 이동은 요금제 등의 차이로 인해 허용되지 않으며, 대포폰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통 3개월 이내 휴대폰도 USIM 잠금장치 해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자간 USIM 이동시 어떤 변화?

올하반기 사업자간 USIM 이동이 실시될 경우 가입자들의 휴대폰 선택권이 대폭 확대된다. 자신이 가입한 이통사가 제공하는 휴대폰 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휴대폰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업자간 서비스 호환 문제다. 현재 상태로는 당장 USIM 잠금장치를 해재하더라도 SMS는 호환되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사업자간 USIM 이동이 허용되더라도 가입자들은 음성통화, CID, SMS 정도의 필수기능 사용에 만족해야하는 상황이다.

또한 사업자간 USIM 이동이 실시될 경우 이통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특정 이통사에 가입한 고객이 다음날 다른 회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이달말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일몰과 USIM 잠금장치 해제와 맞물려 의무약정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의무약정제는 보조금을 받는 대신 해당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밖에 USIM 이동은 그동안 대리점에서 동시에 처리되던 휴대폰 판매와 가입을 이원화시킨다. 이럴 경우 고객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USIM 잠금장치 해제가 초기에는 SMS 호환문제 등으로 일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이통시장 경쟁의 중심축을 단말기에서 서비스 등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