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급락 후폭풍, 엔캐리 청산 봇물

유일한 기자, 김병근 기자 2008.03.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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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금리인하로 캐리 종언+달러 급락..캐리청산 '패닉'

미국 경기침체, 100달러 유가, 애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세계 증시가 이번에는 달러가치 급락의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달러 약세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엔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0.5%로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달러와 같은 통화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불안감을 자극, 일본 증시 폭락을 낳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연준(FRB)의 금리인하는 기록적인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 달러/유로 환율이 지난주 1.52달러마저 넘어서는 등 달러화는 유로화가 도입된 99년1월 이후 사상최저가 경신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의 특징은 엔화의 폭등이다. 지난 주 초만해도 108엔에 육박하던 엔/달러 환율이 주말 104엔 아래로 무너지더니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03엔마저 이탈했다. 장중 저가는 102.90엔. 지지선 없이 무너지며 2005년1월 저점 수준으로 후퇴했다. 엔화가치가 달러에 대해 3년여만의 최고치로 튄 것이다.



엔화 가치의 급등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엔화 급등-엔캐리 청산, 금융시장 변동성 키운다

미국 경기침체, FRB의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화 급락이 달러화 매도 및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면서 엔캐리 청산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이는 엔화 폭등을 낳았다. 엔화 폭등은 다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미국 경기침체, 금리인하, 달러 약세, 안전자산 선호, 엔화 강세, 엔캐리 청산'의 악순환이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것.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4% 넘게 무너졌다. 미국 경기침체에 외환시장 불안까지 가세한 것이다. 한국 대만 호주 등 주요 아시아증시도 3% 안팎 급락했다. 미국 증시와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외환시장 불안의 연결 고리를 타고 무산된 순간이다.



◇모멘텀 투자+연준 공격적 금리인하..캐리 역회전
온라인 금융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달러화 하락 속도가 모멘텀 투자자들의 공격에 의해 보다 빨라지는 국면이라며 엔 캐리트레이드 전략이 엔캐리 청산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해 엔화 대출을 일으켜 고금리를 제공하는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 유행을 했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 신용경색 여파로 위험 회피 현상이 강화되면서 정반대의 흐름, 다시말해 엔캐리 청산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연준은 지난해 5.25%이던 기준 금리를 3.0%까지 내려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미국과 일본간 금리 스프레드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캐리트레이드 자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이미 설정된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은 반대 매매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는 달러 하락과 엔화 상승을 부채질하게된다. 일본의 저금리보다 당장 포지션 청산의 위세가 훨씬 강한 것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스만의 수석 외환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최근 외환시장의 방향성은 캐리 트레이드와 정반대인 모멘텀 투자가 주도하는 모습"이라며 "달러화가 유로에 대해 사상최저가로 떨어진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추가하락에 무게..연준 0.75bp나 인하할 수도
이날 엔/달러 환율이 102엔대로 밀린 것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관측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25bp 인하는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심지어 75bp 인하론마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상원 청문회에 출석, "달러가치 하락이 무역 수지 개선에 일조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며 달러 급락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적지않은 파문을 던졌다. 달러 가치 급락을 방치해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정치적인 메시지였다.

지난 29일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 동향에 따르면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75bp 인하될 가능성은 28일 26%에서 62%로 급등했다. 연준 금리가 2.25%로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조정되는 셈이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달러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는 종언을 고할 수 밖에 없다.

도쿄 소재 UBS의 무타 세이이치로 외환거래팀장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고개를 들면서 쉴새없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엔/달러환율이 102.00엔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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