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중고교 교사 '철밥통' 끝난다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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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교육정책과 맞물려 교육계 '경쟁' 바람 거세

교육계에 부는 '경쟁'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새 정부의 '자율'과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에 따라 배우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점차 무한경쟁에 노출되고 있다.

KAIST는 지난달 말 올해 재임용 신청교수 25명 가운데 6명을 연구실적 부진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제외시켰다. 이들은 1년 안에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KAIST는 통과한 19명 가운데서도 2명에게는 임기를 2년만 부여, 연구실적이 미흡할 경우 재임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KAIST의 이 같은 결정은 '정교수만 되면 정년이 자동으로 보장된다'는 교수사회의 '철밥통' 인식을 깨는 것이어서 교육계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앞서 동국대도 전체 교수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해 교수사회에 '경쟁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동국대의 과감한 조치는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주요 사립대들에 자극제가 돼 강의평가제가 연쇄적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이다.

교육계 경쟁바람은 초ㆍ중등 교사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교원평가제 입법화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 "좋은 교육을 위한 교원간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등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경쟁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교원평가와 연수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상태.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11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치열한 경쟁을 맛보고 있는 학생 사회 또한 경쟁 분위기가 보다 심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중학교 신입생들은 오는 6일 10년만에 부활된 전국 학력진단평가 시험을 치른다. 전국 석차가 나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교간 등급도 매겨져 학생들은 물론 학교도 성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불어닥친 교육계 '경쟁' 회오리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교육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유형을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해 획일적 관치교육, 폐쇄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이에 발맞춰 교육부는 지난 1월 "기초학력, 학업성취도 평가 및 결과 공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교원단체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강화돼야 할 곳도 있지만 경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사고"라며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지난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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