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총선후 재개정 적극 추진할 듯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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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교육' 쟁점해부]⑧사학법, 다시 손댈까?

10년만의 정권교체로 교육정책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73년 채택된 이래 35년 동안 한국 교육의 핵심가치로 작용해 온 평준화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단계적으로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쟁점들을 8차례에 걸쳐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정보 공개, 어디까지? ②대학, 정말 본고사 안볼까? ③교육과정 자율화, 어떻게? ④학원 투명화 대책 나오나? ⑤교육부 기능개편, 어떻게? ⑥교원능력 향상, 어떻게? ⑦지역교육청 없애고 나면? ⑧사학법, 다시 손댈까? (편집자 주)

참여정부 시절 여야가 극한으로 대치했던 교육문제는 '사립학교법', 일명 '사학법'이다.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했던 현재의 '사학법'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이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현행 사학법을 그대로 놔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한 모 인사는 "우리나라처럼 학교의 자율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고 건학 이념에 따라 교육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인사는 사학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아직 한나라당이 소수당이 아니냐"는 말로 즉답을 피해갔지만 이는 오는 4월 총선 후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면 사학법 재개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학, 10개 중 9개가 사립...'외국과는 정반대' =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말 현재 중학교 이상 교육기관 수는 모두 5470개. 이 중 사학은 1892개, 34.6%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사학 비중은 각각 22.0%, 44.0% 정도지만, 전문대학(91.4%)과 대학(85.7%)으로 올라가면 10개 중 9개가 사립학교다. 학생 수로 봤을 때도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32.3%가 사학에 재학 중이지만 대학생은 83.8%가 사립학교생이다.

선진국의 경우 공립학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사학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는 1960년대 산업화 시대 때 재정이 부족해 정부가 교육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 교육 재정의 공백을 사립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메웠던 것.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학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문제는 사학이 무분별하게 설립되면서 일부 자질이 부족한 재단까지 학교 설립에 참여해 재단 비리, 부조리 문제를 끊임없이 발생시켜 왔다는 점이다.



이 결과 사학 개혁의 요구가 높아졌고 참여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개방형 이사제, 대학평의회 제도 등 사학재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정국 마비와 국회 파행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나라 "공공성보다 자율성에 초점" =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5년 12월과 2007년 7월에 개방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이 두 차례 이뤄졌다.

여야가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100% 수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선과 총선에서 이기면 확 뜯어고치겠다는 게 본심에 가깝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사학의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져왔지만 앞으로는 사학의 자주성(자율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공공성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을 보장하는 게 오히려 공공성을 구현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최준수 광성고등학교 교장은 "미래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개성 있고 창조적이며 세계화된 한국인을 양성하는데 교육의 목적을 둬야 한다"며 "이 같은 교육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진입퇴출 쉽게"...규제는 정보공개로 = 세부 방안과 관련, 새 정부 교육개혁 실세인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책자료집에서 "사립학교의 설립, 활동, 퇴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는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학교법인만이 사립학교를 세울 수 있고, 이렇게 세워진 학교는 정관을 고치려 해도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폐교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수석은 이런 규제를 과감히 없애 학교들의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해야 교육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도 재정자립도가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 교육과정 선택, 등록금 책정 권한 등을 모두 넘겨 자율경영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므로 재단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화, 각종 정보공개 확대 등 투명성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비리 사학에 대해서는 복귀가 어렵도록 민법상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이 같은 교육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정치권과 교육계의 극심한 진통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인수위에서 활동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사학법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며 "과거에는 정치권 주도로 좀 급박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지만 새 정부에서는 정부 차원보다 아래에서부터 논의를 해가며 해결해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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