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육청 없애고 182개 교육지원센터 전환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03 14:33
글자크기

['이명박 교육' 쟁점해부]⑦지역교육청 없애고 나면?

10년만의 정권교체로 교육정책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73년 채택된 이래 35년 동안 한국 교육의 핵심가치로 작용해 온 평준화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단계적으로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쟁점들을 8차례에 걸쳐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정보 공개, 어디까지? ②대학, 정말 본고사 안볼까? ③교육과정 자율화, 어떻게? ④학원 투명화 대책 나오나? ⑤교육부 기능개편, 어떻게? ⑥교원능력 향상, 어떻게? ⑦지역교육청 없애고 나면? ⑧사학법, 다시 손댈까?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간단하다. 학생,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기본원칙은 자율과 분권이다."



지난 달 21일, 대통령직인수위 상근 자문위원을 맡은 조전혁 인천대 교수가 한 말이다. 새 정부의 교육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교육정책'분권'의 의미는? = 새 정부는 교육분권 의지가 강하다. 교육부 공무원의 순환보직제 폐지, 특목고 설립 권한 이전 등 중앙에 집중된 교육정책 결정권을 지속적으로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교육 분권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의 행정기능 등이 서로 중복되는 면이 많아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창립대회를 연 '친 이명박계' 교육단체인 교육강국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 기능과 16개 시도교육청의 기능이 중복되고 시도교육청 기능은 또 다시 182개 지역교육청 기능과 중복되며 지역교육청 기능은 각각의 학교 행정기능과 또 다시 중복된다"며 "이런 중첩된 행정을 새롭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05년 교육부 학교정책실의 80종 사무 중 32종이 집행 업무라며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가 정책 수립뿐만 아니라 집행 권한까지 행사하면서 시도교육청이 해도 될 집행 업무를 과도하게 떠맡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청 업무도 학교의 교육활동 지원보다 사무관리, 교원인사 등 순수 행정업무에 치중돼 일선 학교에 대한 엄청난 행정 공문을 내려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일선 학교로서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지방교육청 등 '시어머니'를 세 명이나 모시는 꼴이라 교직원들이 시달되어 내려오는 행정 공문을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를 뒷전으로 미루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지역교육청의 경우 상급기관이 정해준 예산과 인사를 학교로 전달하는 로봇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늘 노출됐다.

김대유 학교자치연대 대표는 "지역교육청이 행정업무에 너무 깊이 관여하다 보니 교직원간 승진 경쟁의 정거장으로 변질되고 학교장 승진 전보에 따른 인사비리, 학교급식 납품 비리 등 교육 부패의 배후세력으로까지 지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182개 지역교육청, 교육지원센터로 전환 =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방자치 강화 흐름에 맞춰 교육부의 초중등정책 업무를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고 시도교육청의 교육시설, 학교설립 등 일반 행정기능은 지자체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 산하 182개 지역교육청의 경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으로 이미 업무가 없어졌거나 앞으로 상당 부분 사라질 예정으로 있어 폐지 또는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최근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초중등교육 행정체계 개편 토론회'에서 "182개 지역교육청을 폐지하고 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인력과 재원 재배치를 통해 학교로 하달되는 공문을 최소화하고 학교 행정업무 인력을 보강해 학교 본연의 창의적 교육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교육청의 일반 행정기능은 폐지하되 초중등학교 관리감독 기능은 일선 학교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해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교 시설 관리, 학교 지원 및 학원ㆍ교습소 관리 감독 기능도 지자체로 이관하고 지자체 내에는 교육전담실(가칭)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대신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 중인 장학 기능, 즉 학교경영 컨설팅, 교수학습지원, 교육정책개발 등의 업무는 오히려 확대해 강화하자는 게 개선안의 뼈대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교육정책을 입안한 한 인사는 "전체적 틀 안에서 권한 분산이 명확해지면 지역교육청의 폐지 등은 자연적 수순이 될 것"이라며 "이미 몇몇 지역교육청은 2~3년 전부터 학습지원센터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체 확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전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일순간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자치제 개선안 두고 '갈등' 예고 = 그러나 지역교육청 폐지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현행 '교육자치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가 문제다. 이는 법률 제개정 문제로도 이어진다.

우리나라 지방교육행정 역사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돼야 하느냐, 통합돼야 하느냐 대립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교육은 전문영역이므로 교육자치단체를 일반 지자체와는 다른 특별자치단체로 관념화시키고 지자체장과는 별개의 교육감, 지방의회와도 별개인 교육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흐름이 주류였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한국조세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예산절감 및 행정의 효율성을 들어 교육자치제를 지방행정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결국 지난 2006년 12월 지방의회와 교육위원회를 통합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인 주제다.

새 정부는 주민의 가장 중요 관심사인 교육문제에 대해 시장과 도지사가 아무런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할 경우 자율성이 훼손된다며 교원단체가 반발할 우려가 있으며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