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땅 향한 코스닥 골드러시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8.03.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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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주목받는 몽골·중앙아시아

800년 전 세계를 정복했던 영웅, 칭기즈칸의 주무대였던 몽골과 중앙아시아가 21세기 코스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실크로드 등 동서교역로로서 각광받던 이들 지역은 서양의 지리상 발견(geographical discoveries)으로 인한 바닷길 개척 이후 세계사의 관심권 밖이었다. 중앙아시아지역은 제정 러시아에 이은 옛 소비에트연방에 소속되면서 서방세계와 교류가 거의 없었으며 몽골은 칭기즈칸의 원 제국 몰락 이후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중앙아시아제국은 1990년 옛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면서 독립국가가 됐지만 우리에겐 역시 머나먼 이국일 뿐이었다. 몽골 역시 '칭기즈칸 기마대를 배우자' 식의 고담준론을 할때만 인용되는 역사 속의 나라를 벗어나지 못했다. 역사 책에서 더 익숙했던 이들 나라들이 갑작스레 테마 천국 코스닥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땅 향한 코스닥 골드러시


◆석유개발에서 금광으로 테마 이동하며 주목



2006년 하반기 헬리아텍으로 시작됐던 해외자원개발의 중심은 석유였다. 국제 석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코스닥기업들은 너도나도 석유개발에 뛰어들었다. 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에서 동토의 땅 시베리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오지의 땅 아프리카, 총성이 끊이지 않는 이라크 등 코스닥 기업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석유개발의 특성상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 몇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선발주자 헬리아텍이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좌초하면서 석유개발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100개가 훌쩍 넘는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을 하겠다면 사업목적 추가를 하는 등 기업들의 열기가 과열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의 자원개발주 투자는 싸늘해졌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뜬 테마가 금광을 중심으로 한 광산 테마였다. 금광 테마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휴대폰 부품업체 한성엘컴텍이 몽골에서 금광 탐사권을 취득했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 이 뉴스로 한성엘컴텍이 5일 연속 상한가를 가면서 금광 관련주들이 테마를 이루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한성엘컴텍에 이어 몽골 현지법인을 설립했던 DVD 생산업체 디브이에스가 테마에 곧바로 동참했다. 이후에는 어느 한쪽에서 금광관련 뉴스가 나오면 다른 기업까지 상승하는 선순환(?) 양상을 보였다. 물론 하락할 때도 보조를 맞췄다.

IT 기업들의 독무대였던 몽골 금광에 최근엔 의류제조업체인 동산진흥이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동산진흥은 지난 1월20일 몽골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비롯해 건설, 금광·철광석 등 자원개발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키로 몽골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몽골에서 중앙아시아지역으로 영역 확대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만주와 중국 공략과 함께 중앙아시아제국으로 진군을 한 것처럼 코스닥 금광 테마도 국경을 넘었다. 반도체 부품업체 엠케이전자가 키르키즈스탄에서 구리광산을 개발한다는 소식과 함께 테마주에 금광 테마에 동참한 것. 구리가 있는 곳엔 보통 금도 있다는 사실이 퍼지며 엠케이전자는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전부터 테마주에 편입됐다.



키르키즈스탄은 해발 평균 2750m, 가장 높은 곳은 7439m(쟁이쉬봉)나 될 정도의 산악국가로 비철금속, 귀금속, 석탄 등의 자원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9개 길의 교차점에, 중앙아시아 문명의 혈관과 같은 곳에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번성한 바 있다. 북쪽에는 카자흐스탄, 서쪽에는 우즈베키스탄, 남서쪽에는 타지키스탄, 그리고 남동쪽에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권이 바뀐 엔디코프는 중앙아시아의 또 다른 나라인 카자흐스탄 광산지분을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엔디코프는 광산 개발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에서 IT 인프라 등을 구축, 잠재력이 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엔디코프는 최대주주의 채무변제 지연 등의 문제가 터지며 주가 상승세는 한풀 꺾인 상태다. 카즈흐스탄에는 바이오업체인 대한뉴팜이 유전개발을 하겠다고 진출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태양광 발전이 주목을 받으며 핵심 원료인 규소 광산으로 코스닥기업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규소 광산 개발로 에이치앤티가 수십배 주가가 폭등하며 알려진 우즈벡에는 최근 산업용 포장재업체 한진피앤씨가 진출, 다시 한번 시세를 내고 있다. 한진피앤씨도 우즈벡 광산 개발을 재료로 주가가 몇배 뛰었다.
칭기즈칸의 땅 향한 코스닥 골드러시
◆기존사업 한계 '골드 러시'로 넘을까?



이처럼 코스닥기업들이 앞다투어 칭기즈칸의 땅으로 몰려든 것은 대부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기존 사업이 쇠퇴하고 있거나 만성적인 적자상태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전기 마련을 실제 금맥에서 찾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예외인 곳은 반도체 부품업체인 엠케이전자 정도다. 엠케이전자는 반도체 와이어에 들어가는 구리와 금 등 원자재 확보 차원에서 광산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광 테마에 함께 거론되는데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금광 테마의 선발주자 격인 한성엘컴텍은 아직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갈수록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는 주력사업을 대체하기 위한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5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디브이에스는 한성엘컴텍보다 금광쪽 수익이 더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코스닥기업의 골드 러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광산에서 얻겠다는 기대수익이 투자대금에 비해 너무 큰데다 이들 지역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몽골 정부는 자국의 금 매장량이 15만톤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USGS(미국지질조사소)에 따르면 전세계 금 매장량은 9만톤, 이중 생산 가능한 매장량은 4만2000톤 가량이다. 전세계 매장량보다 자국 매장량이 더 많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실증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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