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은 '단기 투자' 전문기업?

더벨 이현중 기자 2008.0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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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건설 비롯 자금난 업체에 잇단 단기 자금 대여

이 기사는 02월27일(15:4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모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가 최근 한 자산운용사로부터 대한전선 (18,360원 ▼220 -1.18%)을 분석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재무제표를 뜯어본 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에 "회사의 반은 제조업체이고, 나머지 반은 자금대여업체"라고 답을 줬다.



한계기업의 구세주 대한전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 시행사에서 저축은행까지 본업인 전선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기업에까지 적극적으로 급전을 제공하는가 하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27일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렸던 신구건설에 25억을 빌려줬다. 지원규모의 3배에 달하는 사업장을 담보를 잡은 대한전선은 신구건설의 우량 사업장의 현금흐름을 고려해 투자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구건설이 자금난을 벗어나 정상화되면 자금회수에 문제가 없으나 부도가 날경우 담보로 잡힌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직접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에도 2006년 시공능력 평가 188위인 영조주택에 203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했다.

지난 2004년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공장부지 2만5000평을 영조주택에 1595억원에 매각했지만 1000억원을 받지 못했다. 영조주택의 재무사정이 나빠지면서 선수금 555억원 이외에 잔금을 받지 못한 것.


이에 대한전선은 자기자금을 대여형식으로 영조주택에 투입하면서 곧바로 미수금 1000억원을 회수했다. 여기에다 향후 5년간 영조주택이 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중 2200억원을 보장받기로 했으며 영조주택 지분 100%도 담보로 잡았다.

매각대금중 받지 못한 돈을 자기자금 대여를 통해 회수하면서 앞으로 시행이익까지 챙긴 것이다. 만약 영조주택의 재무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담보로 잡은 지분 100%를 통해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2004년에도 쌍방울 인수전에 자금 대여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쌍방울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SBW홀딩스라는 회사에 200억원을 빌려주었으나 상환받지 못하자 주식으로 대신 받고 이어 주식 추가매입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해 버린 것이다.

대한전선은 또 최근 감독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분당상호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한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지난해 10월말 자금운용자산은 총 1조17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대여가 2500억원에 달한다"면서 "전체 자금 운용의 23%를 1년 미만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기업금융부의 한 관계자도 "형식은 자금대여지만 사실상은 지분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에 자금을 대여하는 형식을 빌려 결국 그 회사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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