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위기의 연속" 그러나 반등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2.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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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전성시대, 일단 금리인하-실적호전만 주목

1월 소비자 물가지수, 1월 신규 주택착공, 연준(FRB)의 금리인하 회의 의사록, 국제유가 연일 사상최고가 행진, 금융주 추가상각 등 메가톤급 악재들이 총출동하며 자웅을 겨뤘다. 결과는 '황소'의 승리였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0.04포인트, 0.73% 오른 1만2427.26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20.90포인트, 0.91% 오른 2327.10을, S&P500지수는 11.25포인트, 0.83% 반등한 1360.03을 기록했다. 어제와 다른 전약후강 흐름이었다.



주가하락을 먹고사는 '곰'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은행의 대규모 상각 전망 등 뛰어난 무기를 지원받았지만 이에 대해 내성을 키운 황소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올들어 수차례 '다운'을 당하면서 생긴 멍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황소였지만 "똑같은 공격에는 다시 당하지 않는다"는 자존심을 발휘하며 버텼다.



오후 공개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에서 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중앙은행의 의지가 확인되자 반등폭이 커졌다. 경기침체 위험이 크다는 진단도 금리인하 전망에 묻혔다. 이에 따라 금융주에 저가매수세가 몰렸다. 은행주들은 특히 저명한 펀드매니저인 윌리엄 에이크먼이 모노라인 구제 방안으로 회사분할과 더불어 배당금 정책 개선까지 제시했다는 소식에 상승폭이 커지기도 했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휴렛 팩커드(HP)가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급등세를 유지한 것도 든든한 우군이었다. HP는 8%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장중 101달러까지 넘는 랠리를 펴자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반등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오일 스테이트는 15% 가까이 올랐다.


이날도 신용경색 이벤트는 화려했다.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가 수십 억달러의 기업어음(CP)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기했다는 소식에 이어 유럽에서는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SIV)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악재가 터졌다. 금융주의 추가상각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는 관측도 꼬리를 물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예상밖 소비자 물가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기 지표 흉흉..인플레 ↑, 주택 경기 ↓
개장전 발표된 경기지표는 금융시장을 힘들게 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예상보다 커진 반면 주택 경기는 25년여 이래 최악의 침체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0.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0.3%를 웃도는 것으로, 12월과 같은 수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는 0.3% 증가해 역시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이는 2006년6월 이후 19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유가, 원자재, 곡물 등의 급등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불안감이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신용경색으로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인플레까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품목별 동향을 보면 식료품과 에너지, 의복과 (사무실 등의) 렌트 가격 상승이 소비 물가를 자극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연준(FRB)이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에 있는 도쿄-미쯔비시 은행의 크리스 럽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에 비중을 적게 두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인플레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1월 신규 주택 착공이 101만2000건(연 환산 기준)으로 전월대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건축 허가는 3% 줄어든 104만8000건이었다. 신규 착공은 예상치를 조금 웃돌았고 건축허가는 밑돌았다.

리먼 브러더스의 에단 해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거용 주택 건설 투자가 연말까지 지지부진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건설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소비 경기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PI 충격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다만 인하폭을 두고는 논란이 있다. 0.5%포인트 인하 전망이 우세하지만 인플레 위험이 커지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회의록, 저금리 적극적 옹호..인플레 부담 크지 않다
이날 공개된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FRB) 이사들은 (신용경색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저금리 정책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경기침체의 위험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참석자들은 "집값 하락에 이어 증시가 급락해 가계의 부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또 지금의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위험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지 않았다. 수 개월이 지나도 인플레이션은 적절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은 경제가 조금 안정을 회복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성장 전망이 개선된다면 최근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반대되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준(FRB) 이사들은 미국 경제의 올해 성장 전망을 1분기 전에 비해 0.5%포인트 가량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상향조정했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경색 탓이었다.
이사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1.3~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0월 조사한 1.8~2.5%보다 한단계 낮은 수치다.

4분기 실업률은 5.2~5.3%로 4.8~4.9%에서 한단계 높여 잡았다.

◇유가, 101달러도 넘어..인플레 전성시대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은 장중 배럴당 101.32달러까지 오르며 연이틀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종가는 0.73포인트 오른 100.74달러. 장중, 종가 기준 모두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유효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원유 '사자' 수요가 몰렸다.

유가 랠리에 따라 전세계적인 인플레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넥티컷에 있는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는 "연말이면 120~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비단 유가 뿐 아니라 곡물부터 플래티늄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비재 가격이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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