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공정위 '잣대' 왜 뒤집었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8.02.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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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800MHz 로밍의무화 조건"..정통부 "별도 사안"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건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잣대'를 뒤집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전원회의에서 SK텔레콤이 독점하는 800MHz 주파수 로밍 의무화를 비롯해 해당 주파수 조기 재분배를 정통부에 요청하는 조건으로 인가를 결정했다.

그러나 20일 열린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결론은 달랐다. 800MHz 주파수 로밍이나 조기 재분배에 관한 문제는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와 관계없는 것으로 규정, 논의에서 아예 제외시켜버린 것이다.



그동안 800MHz 로밍과 주파수 재분배를 강력히 요구했던 KTF와 LG텔레콤은 이번 정통부 결론에 맥빠지는 모습을 보인 반면, SK텔레콤은 공정위 조건이 정통부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며칠새 사업자간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같은 사안, 다른 판단..왜?



그렇다면, 정통부는 왜 공정위의 '인가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것일까.

우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정위와 정통부가 사뭇 다르다. 공정위는 '800MHz 주파수 독점'에 규제 초점을 맞춘 반면, 정통부는 결합상품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800MHz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이 하나로를 인수했을 경우에 무선의 시장지배력이 유선시장까지 미친다는 판단을 내려, 주파수 독점 해소 차원에서 800MHz 로밍 의무화와 해당 주파수 재분배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대목부터 정통부는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정통부는 800MHz 주파수 로밍 문제는 사업자끼리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고, 해당 주파수 조기 재분배 문제는 '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주파수는 택지분양하는 것과 같다"면서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법을 근거로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파법 개정으로 800MHz 주파수는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2011년 이전에 재분배를 완료해야 한다. 이기주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주파수는 이용자 보호, 전파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인가 심사와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즉, 주파수는 전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대신 정통부는 결합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6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6가지 조건의 대부분은 배타적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망고도화를 위한 투자건이다. 2012년까지 농어촌 지역에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을 조건으로 내건 점이나, 재판매를 자회사에게 우선권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결국, 정통부는 쟁점으로 부상한 800MHz 주파수 문제를 과감히 접어버리고, 결합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소비자 이익저해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만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22일 이전에 정통부장관 승인할듯



정통부가 내린 결론을 공정위가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도 관심사항이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정통부가 공정위 합의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이행감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동안 매분기마다 '이행감시 자문기구'를 설치해 보고받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는 이날 공정위가 설치하겠다는 '이행감시 자문기구'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SK텔레콤이 제출한 인가조건 이행조건을 3년동안 반기별로 보고받겠다고 했다.

공정위의 인수 조건 자체가 상당한 '월권'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정통부는 앞으로 공정위가 직권으로 이행점검을 하겠다는 점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이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13조 1항4호에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 '공정위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통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건에 한해서 정통부장관이 '인가 관할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25일부터 정보통신부가 해체됨에 따라, 이날 심의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을 정통부장관에게 빠른 시일내에 보고한후 22일 이전에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장관승인이 떨어지는대로 하나로 조직을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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