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원자재·금..'물 먹은'리츠·물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08.03.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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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펀드 시장 명과 암

간혹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의외의 성과를 내는가 하면 많은 기대를 했지만 얘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 탓에 기쁨도 크고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최근 간접투자시장에도 이러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펀드에 자금을 넣어 두었다가 의외의 수익률에 두배의 기쁨을 만끽하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유명세를 타고있는 펀드에 거취식 또는 적립식으로 자금을 넣어 두었다가 예상치 못한 수익률 급락에 울상을 짓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증권시장에서 내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펀드의 수익률이기도 하다. 어떤 때에는 펀드는 '과학'이 아닌 '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원자재·금펀드, 잘나갈 줄 몰랐네"



최근 약세장에서 놀라운 수익률로 주목받는 펀드들은 원자재 및 금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 펀드는 기초자산의 가격상승에 힘입어 수익률이 연일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이 강세장을 예견한 탓에 온통 주식형펀드에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어깨 너머로 눈을 돌려 원자재 및 금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원자재 펀드 가운데선 단연 커머더티펀드의 수익률이 눈에 띤다. 커머더티(Commodity)는 실물자산 중에서도 주로 원재료로 이용되는 알루미늄, 옥수수, 금, 커피, 가솔린(휘발유) 등 실물자산을 말한다. 성격상 보관 및 수송에 재한요인이 있으며 그 만큼 실물의 이동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거래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현물 대신 커머디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선물 등)을 주로 거래한다.


이처럼 원재료에 투자하는 커머더티펀드가 최근 원재료 가격상승에 힘입어 수익률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커머더티펀드는 32개로 지난 15일 현재 3개월 평균수익률이 4.5%를 기록 중이다. 특히 증시 변동폭이 가장 컸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도 1.25%를 기록하고 있어 같은기간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파생상품1클래스'는 유가상승에 힘입어 3개월 누적수익률이 10.39%를 기록하고 있고 '우리커머더티인덱스플러스파생1클래스C-W'와 '도이치4스타커머더티파생상품1'도 각각 10.20%, 11.35%의 수익률 나타내고 있다.



커머더티에 이어 금에 투자하는 금펀드도 금값 상승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SH골드파생상품1-A'의 3개월 누적수익률이 3.38%를 기록 중이며 'PCA골드리턴지수연계채권P-1' 1.16%,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C1클래스' 2.50%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 중이다.

◆ '리츠펀드에 땅치고, 물펀드에 물먹고'

이처럼 기쁨을 주는 펀드가 있는데 반해 리츠펀드와 물펀드는 그야말로 땅을치게 만들고 있다. 리츠와 물펀드는 지난해 광풍을 일으키며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상태다.



리츠펀드의 경우 '서브프라임'에 의한 신용경색으로 부동산투자를 위한 대출이 막히면서 수익률에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서브프라임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 앞으로의 수익률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 해외리츠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김은정(32세)씨는 당시 고점에 투자를 감행했다가 지금은 환매도 못하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윤 씨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해도 판매사에 가면 해외리츠펀드를 앞서 추천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상담조차 하기 꺼려한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하루하루 원금만 손실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 만난'원자재·금..'물 먹은'리츠·물


해외리츠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지난 15일 기준 '삼성J-리츠종류형재간접1A'의 1년 누적수익률은 -33.27%를 기록하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C클래스C'와 '한화아시아리츠재간접1A'도 각각 -30.06%, -26.94%를 나타내며 -30%대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현재 출시된 해외리츠펀드 29개의 1년 평균누적수익률이 -25%를 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물펀드도 마찬가지다. 비록 연초에 하락폭을 좁히기는 했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수익률에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물펀드는 15개로 연초이후 -5~-1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주식1(C1)'과 '한국월드와이드워터종류형주식1C'는 -1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분석팀 연구위원은 "직접투자와 마찬가지로 펀드수익률 역시 과거 데이터를 통해 어느정도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시장 외적인 변수는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며 "펀드도 하나의 투자로 이해하고, 때로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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