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들썩' 식량안보 직격탄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8.02.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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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애그플레이션 공포 라면값 급등 …곡물자급률 28% 그쳐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을 넘어 근본적인 식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애그플레이션이 식료품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만큼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밀가루, 짜장면 등의 가격이 오른데 이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 가격도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애그플레이션 돌입..서민경제 '타격'=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안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1월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대두 가격은 전년동월보다 95.8% 올랐다고 밝혔다. 밀 가격은 79.9%, 옥수수는 25%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졌다. 소위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식품 등 일반 물가가 상승을 이끄는 현상을 뜻한다.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다. 김태곤 농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두와 거의 전량 수입하는 소맥(밀),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이미 한국도 애그플레이션 시대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각종 가공식품의 가격이 들썩이면서 서민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엥겔 계수가 높은 저소득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기 전반적으로 악재지만 특히 서민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곡물가격 폭등..왜?= 곡물가격이 들썩이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집중 △신흥시장의 수요 급등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 감소 △식량 자원주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선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발전으로 주식이 잡곡에서 쌀, 밀가루와 육류로 변하면서 곡물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1985년 1인당 20kg의 육류 소비했으나 2006년에는 50kg으로 급증했다. 사료용 곡물 수요가 1인당 240kg(소고기 1kg당 곡물 8kg 소요)늘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해 곡물가격을 부추겼다.

반면 호주가 기상이변으로 밀생산이 지난 2006년 2500만톤에서 지난해 980만톤으로 급감하는 등 곡물 공급은 되레 줄어들었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옥수수 재배 면적이 늘면서 밀과 대두 재배 면적이 줄어든 것도 공급 축소의 원인이다.

문제는 이같은 곡물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중국 등 곡물 수출국이 수출세를 높이고 물량을 제한하는 등 물량확보를 위해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높은 곡물가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식량안보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 지난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8.0%로 주요 곡물 수출국인 호주(280%)나 프랑스(191%)는 물론 공업국인 독일(126%)과 스웨덴(120%)에도 못미쳤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할 경우 높은 가격으로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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