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정부조직협상, 비상조치도 만지작?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2.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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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벼랑 끝에 섰다. "한발만 더 디디면 떨어지는 순간"(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까지 왔다. 시한은 18일.

그런데 아직 '협상 재개'조차 못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간 '만남' 자체는 성사될 듯 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모든 것을 들어보겠다"고 했고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도 "만나서 얘기는 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입장차는 여전하다. 달라진 게 없다.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 결렬'에 앞선 모양새 만들기란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장외에서 신경전, 여론전, 압박전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당장 협상이 결렬될 경우 떠안을 부담이 만만찮은 게 문제다.



>◇협상 재개 "일단 만나보자" = 당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각 당의 최고위원회의를 끝낸 뒤 원내 대표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회의가 길어지면서 오전 회의는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양당의 회의 결과는 "일단 만나 보자"로 요약된다. 안 원내대표는 "오늘까지가 마지막 시간이다. 최선을 다해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만나겠다. 만나봐서 얘기는 해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얼굴을 맞댈 예정이다.

◇입장 변화 있나? 없나? =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업진흥청 등 3개 부서의 존치다. 김 원내대표는 "3개 부처 존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나라당쪽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미묘한 변화가 읽힌다. 강재섭 당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정무기능에 혼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일정 정도 문제점을 인정한 게 좋은 예다. 안 원내대표도 "절충해보겠다. 모든 것을 다 들어 보겠다"고했다.


◇MB의 새카드는? = 현재 공은 이 당선인쪽으로 넘어온 상태. 민주당에게 새 카드를 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제시됐던 카드는 장관급 양성평등위원회의 설치. 여기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배칠될 특임장관을 여성몫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특임장관를 없애는 대신 여성가족부를 존치하자고 하는 만큼 역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



여성부 폐지에 따른 여성계의 비판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해수부에 대해서는 뾰족한 카드가 없는 게 문제다. 인수위 관계자는 "결국 해수부가 막판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조치도 만지작 = 이 당선인측은 18일이 마지막이란 얘기를 거듭 했다.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이에따라 18일 오후까지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갈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날중 정부개편안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대국민 성명과 함께 조각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 조각과 관련해선 △장관 보직 없이 국무위원 후보자만 임명하는 방안과 △현행법에 따라 장관을 임명한 뒤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후 장관 이름을 바꿔 재임명하는 방안 △논란이 되지 않는 부처 장관부터 몇 개씩 묶어 발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여론 부담이 문제 = 그러나 '비상 조치'에 따른 역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예비 야당의 '발목잡기'란 시각이 적잖은 게 사실이지만 비상 조치가 실제 이뤄질 경우 여론 향배가 어떻게 변할 지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

특히 '비상 조각'이 단행되면 장관에 대한 인사 청문 절차가 사실상 무산된다는 점에서 새 내각이 힘을 갖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원칙의 문제이지 총선 전략이 아니다"라고 강경하게 맞선 것 역시 여차하면 승부를 걸 수 있는 현 상황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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