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입법화,교직사회 평준화 해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2.18 09:28
글자크기

'이명박교육' 쟁점해부 ⑥교원능력 향상, 어떻게?

편집자주 0년만의 정권교체로 교육정책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73년 채택된 이래 35년 동안 한국 교육의 핵심가치로 작용해 온 평준화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단계적으로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국 교육계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지만,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은 ‘BBK 공방’에 매몰돼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교육개혁구상 발표를 앞두고 각계 의견수렴에 들어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행보에 맞춰 '이명박 교육정책'의 쟁점들을 8차례에 걸쳐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정보 공개, 어디까지? ②대학, 정말 본고사 안볼까? ③교육과정 자율화, 어떻게? ④학원 투명화 대책 나오나? ⑤교육부 기능개편, 어떻게? ⑥교원능력 향상, 어떻게? ⑦지역교육청 없애고 나면? ⑧사학법, 다시 손댈까?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바이블' 역할을 하고 있는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이주호 외 공저)'란 책을 읽다 보면 교원정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통계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질 미달의 부적격 교원을 경험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교사그룹은 68.3%가 '그렇다'고 답했다. 고참 교사인 부장교사들은 이보다 좀 더 높은 70.4%를 나타냈고 교장교감 그룹은 이 수치가 80%대(80.1%)까지 올라갔다. 나아가 교육전문가 그룹은 10명중 9명꼴로(91.4%) 부적격 교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부모 그룹으로 가서는 이 수치가 50% 아래(43.4%)로 뚝 떨어졌다. '모른다'는 답의 비중(21.0%)이 다른 그룹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자녀와 학교에 대한 무관심, 교사존경 풍토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10명 중 4명이란 비율도 그리 낮다고 볼 수는 없는 숫자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는 교육계에서 거의 상식에 가깝다. 그만큼 교육에서 교원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크다는 소리다. 그러나 앞서 통계가 보여주듯 교원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데는 교육계의 '자기식구 감싸기'도 한 몫 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성적조작 등을 저지른 비리교사에 대한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 감봉(15.6%), 견책(31.3%), 경고(21.9%) 등 경징계가 약 70%를 차지했고, 정직(15.6%), 해임(3.1%), 파면(9.4%) 등 중징계는 30%에도 못미쳤다. 촌지수수, 횡령 등 금품비리 교사에 대한 처벌 역시 경징계가 약 70%를 차지해 같은 추세를 보였다.

이주호 의원(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내정자) 등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교원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진 이유로 교원평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교사의 업적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에 대한 책임도 가볍게 물으니 교사들이 교장ㆍ교감 눈치 살피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에 대한 평준화 정책뿐만 아니라 교사들에 대한 평준화 정책도 확 뜯어고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경쟁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교원평가와 연수제도를 도입해 교사들도 노력하는 만큼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것.



이 의원 등은 구체적인 방향으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하는 듯한 개혁방식은 반드시 피한다. 개혁의 대상은 인사제도이지 교원들이 아니라는 것. 둘째 교원인사제도의 개혁은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교원 전문성 향상과 유인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연공서열에 의한 자동 승진이 아닌, 더 많이 알고 더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셋째 교원인사제도를 중앙집권형에서 분권형으로 바꾼다. 중앙집권적 단일 시스템보다 지역별, 학교별 특성이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는 인사제도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교원인사제도 개혁은 다른 평준화 수정 정책과 병행해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추진한다.

그러나 방향을 이렇게 잡았으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식 발표된 게 없다. 이명박 당선인 공약집, 교원단체 방문 당시 알려진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교원평가 입법화로 교원간 경쟁 유도 △교원평가 결과를 연수, 자격 등과 연계 △5~10년 주기의 연구년 제도 도입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위한 교원양성 및 연수 강화 △해외 석학 영입 플랜 추진 등 5가지 정도가 전부다. 지난달 2일 교육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교원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원 신분을 국가직으로 유지한다' 정도가 논의됐을 뿐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교사들의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계발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본 방향을 잡고 있다"며 "다만 인수위가 지금 파장 분위기여서 본격적인 논의는 장관과 부처가 갖춰지고 난 다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정책들은 새 정부 들어 추진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앞으로는 한 번 교원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이를 평생 써 먹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운전자격증이 갱신되는 것처럼 교원자격증에도 갱신제를 도입, 부적격 교원을 걸러내고 교원들의 지속적인 능력 계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근무성적평정 방식과 현행 교원평가체제를 통합해 새로운 교원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울러 부적격 교원의 연수 및 퇴출시스템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에는 동료 교사는 물론 학부모까지 참여시키고 단계적으로 이 평가결과를 인사 및 보수에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교원양성기관의 구조조정과 우수 전문인력의 교원임용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방안들이 '채찍'에 가깝다면 연구년 제도 도입, 독립형 보수체계 등은 '당근'책으로 볼 수 있다. 평가 점수가 낮다고 해서 곧바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연수를 통해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겠다는 것. 교원들의 재충전 기회를 확대시키고, 잘 하는 교사들은 보수를 높게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연수 기회도 확대된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교원 컨설팅제, 연수기관 평가인정제 도입 등 교사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혁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시범 실시 중인 수석교사제를 확대시켜 교수직과 관리직의 진출 경로 이원화 체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획기적인 교원평가시스템, 연수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쪽으로 원칙이 정해졌다"며 "노력하는 교사가 더 우대받는 풍토가 정착돼 교사들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