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만에 번복된 워크숍 소동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2.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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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워크숍,장관 후보자 참석 번복..李당선인,정부조직법 협상 한발 물러서

# "내일부터 1박2일간 새정부 국정과제를 논의할 워크숍을 개최한다. 워크숍에는 국무위원 후보자들도 참석한다" (15일 오후 4시30분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 브리핑)

#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워크숍 참석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불참키로 했다"(15일 오후 7시30분 주호영 대변인 브리핑)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모양새 좋게 초대 내각을 출범시키기 위해 가급적 통합민주당(가칭)과의 합의를 끌어낸다는게 당선인의 당초 전략이었다. 통합민주당이 4.9총선을 앞두고 민심반발을 고려해 설마 첫 조각부터 발목을 잡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깔린 판단이었다.



◆李당선인 '갈길 가자' 강경선회 = 그러나 정부조직법 협상이 이명박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면서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사실상 순조로운 내각출범이 어려워지자 이 당선인은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주호영 대변인은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내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국정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번 워크숍 참석자는 청와대 수석 내정자와 국무위원 후보자,인수위 간사"라고 주 대변인은 소개했다.

청와대 수석은 지난 10일 내정사실이 발표됐지만 국무위원,즉 장관들은 언론을 통해 내정사실이 알려졌을뿐 아직 공식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여성부 존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주장이 어떻게 수용될지에 따라 국토해양부(건교부+해양수산부)와 보건복지여성부(보건복지부+여성부)의 그림이 달라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데도 당선인측은 워크숍 참석이라는 형식을 통해 국무위원 조각 명단을 사실상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통함민주당의 발목잡기가 계속될 경우 파행 출범을 불사하고라도 정부조직 개편 원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때문에 주 대변인 브리핑후 언론들은 당선인이 정부 개편안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해뒀던 15일에도 접점찾기에 실패하자 당초 원안대로 가겠다는 '초강수'를 선택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3시간만에 워크숍 참석 번복 = 첫 브리핑후 약 3시간만에 주호영 대변인이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워크숍 불참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주 대변인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워크숍 참석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일 열리는 워크숍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회의한 결과 상대당을 자극할 수도 있고 협상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돼 협상결과를 더 지켜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의 입장선회는 국무위원 후보자의 워크숍 참석이 사실상 협상을 포기한 채 '비상조각'을 단행하는 것으로 여론에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당선인이 협상중단의 책임을 뒤집어 쓸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국무위원 후보자의 워크숍 참여 사실이 알려진후 통합민주당은 '초법' '탈법'을 거론하며 비난공세를 펼쳤다.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어느 부처가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데 장관 내정자들이 모여 워크숍을 한다니 어이가 없다. 집권 초기부터 일방통행하겠다는 최후 통첩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야당과 국민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7일에는 조각명단 발표 강행 = 워크숍 참석 번복으로 체면을 구긴 당선인측은 협상결과와 관계없이 17일 워크숍에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참석시키겠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1박2일로 열리는 워크숍중 내일(16일)은 국무위원 참석자들이 불참하겠지만 17일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이 열흘 밖에 남지 않아 시간적으로 절박한 상황"이라며 "협상상대도 존중해야 하지만 우리도 손놓고 있을수 만은 없다. 협상과 관계없이 국무위원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주 대변인은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은 15명"이라며 "통합민주당과의 협상결과에 관계없이 15명 또는 그 이내의 국무위원 후보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비판여론을 감안해 협상시한을 15일에서 16일로 하루 더 연장하되 16일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7일에는 워크숍 참석 형식을 빌어 국무위원 내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이 해수부와 여성부 존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새정부 초대 내각의 파행 출범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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