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vs 孫 '제대로 붙었다'…벼랑끝 대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2.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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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가칭) 대표가 제대로 붙었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놓고서다.

양당의 실무라인이 가동돼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뤄놨지만 이 둘의 오케이(O.K) 사인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만 더 상했다.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하루 사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5일 양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렇다. 양측은 지난 14일 심야 협상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해수부만 폐지해주면 다른 것은 양보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의원도 "이런 제안이 물꼬가 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제안을 15일 오전 회의에서 논의한 뒤 추가 협상을 진행할 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 내부에서는 해수부를 없애되 여성가족부와 농촌진흥처를 살리는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긍정적 시각이 우세했다고 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존재한 것. 한나라당은 여성가족부 존치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 당선인은 부처 존치보다 장관급의 위원회를 두자는 쪽이었다. 부처 존치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입장 변화에 격분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흥정하다 200원에 사기로 해 주머니에서 200원 꺼내고 있는데 300원 달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이 때문에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손 대표가 등장한다. 손 대표는 '해수부 존치'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일점일획도 못 고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협상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면에는 이 당선인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 정부 조각 명단이 일제히 보도된 것은 '언론 플레이'이자 '야당 무시'라는 것.



손 대표는 아예 대놓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 당선인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을 진지하게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여론 정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이나 한나라당은 이런 손 대표가 못마땅하다. 비타협적 태도로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것. 안 원대대표가 손 대표를 향해 손을 떼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는 사이 양당간 협상은 중단됐다. 당초 이날중 추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양당간 공식, 비공식 채널은 모두 닫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냉각 기간이 필요하다. 오늘(15일)은 협상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감정이 적잖게 상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양당은 주말경 대화 채널을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채널은 양당 원내대표가 유력하다.

그간 유인태 행정자치위원장(민주당)과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한나라당)이 비공식 라인으로 대화를 해왔지만 결국 국회가 책임지기 위해선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하기 때문.

다만 이 경우라도 최종 결심은 이 당선인과 손 대표의 몫이다. 모든 카드가 나온 시점에서 이 당선인은 손 대표의 결단을, 손 대표는 이 당선인의 양보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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