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형 CEO의 협상스타일은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2008.02.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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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협상학]서로 다른 협상 스타일

서로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열 명이 둥근 원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어떤 사람이 들어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여러분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일어나게 해서 당신의 의자 뒤에 서도록 설득한다면 설득에 성공한 그 사람에게 10만원을 주도록 하겠다. 단 처음으로 성공한 두 사람에게만 주기로 한다.”
 
여러분이 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어떤 태도를 취하겠는가? 지문을 읽기 전에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조금 생각해 보기 바란다.

1) 말도 안되는 제안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2) 상대방에게 자기 의자 뒤에 서면 10만원을 나누어 가지겠다고 제안한다. 3) 자기가 먼저 상대방의 의자 뒤에 서면서 ‘돈을 나누어 가집시다’ 라고 제안한다. 4) 재빠르게 우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자 뒤에 서라고 부탁하면서 돈은 나중에 나누겠다고 제안한다.



이것은 리처드 셀 교수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ence)를 다소 변형한 것인데 이런 제안에 반응하는 태도가 자신의 협상스타일 혹은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먼저 첫 번째는 문제를 회피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를 만들기도 싫고 그 문제를 풀기도 싫어하는 유형이다. 협상이 무엇인지 별로 관심도 없고 협상을 하라고 하면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금 게으른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협력적이고 타협적인 스타일이다. 실험에 의하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제일 많다. 적절한 선에서 합의를 보기를 바라고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원한다. 당연히 당신도 여기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수용적이고 수동적인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문제 해결을 제시하거나 강요하기 전에 스스로 답을 말하고 그대로 실행해 버리는 유형이다. 흔히 착한 사람이라고 칭송을 받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네 번째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스타일이다. 이것은 얼핏 보기에 두 번째와 비슷하다. 하지만 협력적이고 타협적인 스타일의 사람은 상대방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자신의 제안을 먼저 밝히는데 반하여 (즉, 10만원을 서로 나누어 가지자),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자신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즉, 단지 돈을 나누어가지겠다고 말할 뿐 ‘어떻게’ 나누게 될지는 말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는 유형이다. 자수성가한 CEO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협상을 하면 미리 약속이나 한 듯이 문제가 잘 풀린다. 심지어는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들끼리 만나더라도 서로 상대방이 공격적인 성향인 것을 알게 되면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나간다.


가장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협력적인 성향의 사람이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과 협상을 하는 경우이다. 협력적인 성향의 사람은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기를 원하는데,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은 그런 태도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런 상대방의 질문을 자신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하고 ‘지금 이 단계에서 당신이 이 문제를 질문하는 의도를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하고 반박한다면 그 협상의 진로는 참으로 험난할 수밖에 없다.
 
어느 유형이 가장 성공적인 협상을 하게 될까? 사람들을 한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협상을 잘하고 믿을만하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의 과반수 이상이 협력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 번 되새겨볼만 하다.
 
하지만, 협상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협상의 법칙, 전략, 전술을 무시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협상의 법칙과 전략 전술이 없는 것처럼, 협상 결과가 협상 스타일 하나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협상의 스타일이란 ‘내가 실제의 협상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경향이 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스타일이란 변할 수 있고 또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용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에게 공격적인 스타일로 대한다면 ‘폭거’가 되기 쉽고, 공격적인 사람에게 문제 회피적인 스타일로 대한다면 그것은 ‘자진 항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그래서 중요하다.(협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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