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 교육' 이냐 '몰빵 교육'이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30 14:30
글자크기

'영어공교육 토론회' 쟁점은?

새 정부의 '영어공교육 활성화' 정책에 대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많은 국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효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0일 삼청동 사무실에서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를 열어 인수위가 마련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영어교육 전문가들과 일선교사, 학부모 등 각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영어교사 3그룹간 갈등 생길 것" = 인수위는 이날 2013년까지 영어 전문교사 2만3000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주부, 대학생 등의 '보조교사'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일선 영어교사는 임용고사를 통해 선발된 정규직 교사, 계약직인 '영어 전문교사', 아르바이트 성격의 '보조교사' 등 크게 3부류가 생긴다.



2007년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정규직 영어교사 수는 3만3126명. 영어 전문교사와 보조교사 수를 합하면 정규직 영어교사 수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그룹들은 학교에서 과연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한 박준언 숭실대 교수는 "인수위 안에 따르면 앞으로 크게 3부류의 영어교사가 생긴다"며 "가장 중심은 현직 영어교사이고 나머지는 보조적 역할인데 동시에 투입되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사로서의 자질은 몰라도 영어 구사능력 하나만큼은 '톱' 수준인 계약직ㆍ아르바이트 교사들과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현직 교사들간 알력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박 교수는 "2만3000명이면 엄청난 숫자인데 3주체간 효율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는 한국말로도 의사소통 안된다" = 현재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는 보다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문제점을 했다.



김인정 고양 오마초등학교 교사는 "사실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한 지 의문"이라며 "의사소통이 한국말로도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언론 보도를 보면 교사들의 자질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십자가를 지고가야 할 교사들이 더욱 분발해야 하지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생각한 것은 아이들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이라며 "초등 발달단계 아이들은 중,고,대학 수업과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식적인 전달보다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재미를 끌어내는 기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일주일에 40분 보고 헤어지는 초등학교 영어 전담교사는 담임보다 너무나 힘이 든다"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침부터 하교 때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담임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지만 현재 형편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초등학교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한 학기나 1년 동안 더 많이 듣고 의견을 수렴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교사 氣 살려야" vs "먼저 변화하는 모습 보여야" = 새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이 성공하려면 현직 영어교사들을 홀대하지 말고 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영어 교사 출신인 최병갑 구로중학교 교장은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여건만 조성되면 영어로 수업을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며 "우리 영어선생님들을 너무 불신하는 풍토도 불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장은 "학생수, 교실환경, 텍스트 위주의 교과서 문제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선생님들이 감동할 만한 파격적이고 맞춤형의 지원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화연수뿐만 아니라 고용휴직제, 연구년제, 연수휴직제 같은 재충전 제도를 적극 검토해 달라는 주문.

김점옥 서울시교육청 장학관도 "마치 영어수업 못하는 것이 현장 모든 교사들의 잘못인 양 생각되지 않도록 배려하며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교사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이경자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국가가 선생님들을 재교육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현재 많은 직장인들은 새벽이나 퇴근 후 자기 돈을 들여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며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셔야 할 분들은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이긴 하겠지만 인터넷에서 '어디 내 영어실력 한 번 향상시켜 보라'는 식의 영어교사 글도 봤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영어교사 뿐만 아니라 일반 선생님들도 '닥칠 게 닥쳤구나' 여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