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의 그늘]①안정운용이 목표?

더벨 전병윤 기자 2008.01.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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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에 90%투자, 채권에는 무관심…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낮아

이 기사는 01월29일(09:5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의 야심작 인사이트펀드의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에셋측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MSCI AC 월드지수(선진시장+신흥시장)' 뿐 아니라 '인사이트펀드 리포트'에 나온 자산배분현황을 토대로 펀드평가회사의 도움을 받아 각 투자자산·지역별 비중을 감안, 벤치마크를 만들어 비교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자(C-A)'의 24일 기준 수익률은 -23.59%로 벤치마크인 MSCI AC 월드지수 수익률 -14.20% 대비 9.39%포인트 밑돌았다. 지난 12월말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0.26%포인트 하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수익률 하락폭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MSCI AC 월드지수는 선진국 증시의 반영비율이 40%를 넘는 반면 인사이트펀드는 최근 조정장에서 낙폭이 컸던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투자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크게 밑돈 것. 그러나 인사이트펀드의 국가별 투자비율 만큼 반영한 별도의 벤치마크를 만들어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인사이트펀드의 자산배분 비중은 중국(45.34%), 러시아(17.44%), 브라질(13.85%), 한국(10.36%), 스위스(6.69%), 독일(2.93%), 인도(1.59%), 말레이시아(1.22%) 등으로 각 국가별 대표지수를 투자 비율대로 만든 벤치마크의 수익률은 설정후 24일 현재까지 -21.02%. 인사이트펀드는 이 벤치마크와 비교해도 2.57%포인트 뒤쳐졌다.

다만 펀드 리포트의 기준일이었던 12월31일에는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4.75%)이 별도의 벤치마크(-8.73%)를 웃돌았다.


미래에셋측이 펀드의 자세한 투자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12월말 이후 자산배분비율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전제하에 산출한 결과.

자료: thebell자료: thebell


이같은 분석에 비춰 현재까지 인사이트펀드의 초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펀드의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벤치마크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지나치게 주식과 신흥시장에 집중된 투자를 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물론 2개월의 단기 수익률이지만 단기간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일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만큼 투자자의 체감 손실률이 더욱 클 뿐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의 관심도 집중돼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라더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인사이트펀드로 자금이 '밀물'처럼 몰려들자 지난해 11월 중순경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서둘러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인사이트펀드는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고수익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며 일각의 '몰빵펀드(한 곳에 집중투자하는 펀드)'라는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고수익만 좇아 몰린 자금에 대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은 한걸음 나아가 "인사이트펀드는 초기엔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향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펀드 리포트를 통해 밝혀진 인사이트펀드의 자산배분 현황을 살펴보면 박 회장의 주장과 어긋난다. 그가 말하는 '안정적인 수익'의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도, 중국 등 이머징마켓 주식에 90% 가까이 투자한 것을 두고 안정적 자산운용의 결과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채권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국내 채권시장만 보면 금리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매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투자 비중을 100%까지 가져갈 수 있는 펀드임에도 이머징마켓 주식에 대부분을 투자하면서 안정적 운용을 추구했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과 가늠할 벤치마크 불분명

피델리티의 글로벌 자산배분형펀드인 '피델리티 멀티에셋 내비게이터펀드'와 비교하면 이런 차이는 뚜렷하다. 이 펀드는 채권(40%), 주식(35%), 상품(10%), 현금(10%), 부동산(5%)의 대표지수를 추려 만든 벤치마크를 추종한다. 고수익보다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동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피델리티는 글로벌 경제상황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별 투자비중을 조금씩 조정하는 동시에 벤치마크도 수정해 나가 성과 비교를 해 나간다.



10월31일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0.98%로 인사이트펀드가 같은 기간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를 이룬다. 당초 미래에셋에서 밝힌 인사이트펀드의 운용철학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장기투자할 경우 주식이 오히려 채권보다 안정적이었으며 현재는 주식이 저평가 된 국면이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집중한 것"이라며 "다만 채권의 비중을 두지 않았던 점과 중국 증시가 급락한 점은 아쉽지만 장기투자하면 초기의 부진을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thebell자료: the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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