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두환 정부부터 현재의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설치된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기구는 모두 6개나 된다. 전두환 정부의 ‘교육개혁심의회’를 시작으로 노태우 정부의 ‘교육정책자문회의’,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 김대중 정부의 ‘새교육공동체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그리고 현재 노무현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까지 매 정권마다 대통령 직속의 기구가 생겨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과거 국사, 과학과목의 선택과목 전환이 좋은 사례다.
한 과목 건드리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는 일은 그야말로 이해관계가 난맥처럼 얽혀 치열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사정이 이러면 교육부 관계자들은 머리에 쥐가 날 법도 하지만 그 동안의 교육과정 개편 과정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교육부 몇몇 관료들이 개편 업무를 좌지우지하며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측면이 있었고, 교육과정심의회 또한 몇몇 관료와 교과 이해관계에 충실한 교수들로 구성돼 사회변화와 학부모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새 정부는 독립성을 가진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정책결정 권한을 부여, 다양한 이해관계와 확실히 단절해 주요 교육정책을 과감하고 신속히 결정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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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한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를 위하고, 시대변화에 맞게 교육과정을 잘 쇄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고 그런 차원에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이처럼 전례 없는 합의제 기구 설치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내용이 단순한 정책적 보완, 수정 정도가 아니라 혁명에 가깝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3단계 대입자율화 방안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 △교원 경쟁력 강화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 등은 모두 국가 교육과정의 대폭 손질과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이 필요한 거대 작업들이다.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수능 응시과목의 축소, 공교육 영어수업의 강화 등이 추진되다 보면 결국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 정부의 자율화, 분권화, 다양화된 교육과정 개정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상설화를 통해 지금의 전면개정 시스템을 수시 수정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여야는 물론이고 교육계 전반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해 왔기 때문에 설치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통위의 독립성 논란에서 보듯 위원회의 독립성, 객관성 담보를 놓고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은 금통위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998년 한은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금통위 의장을 재경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꿨지만 논란은 그래도 가라앉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민간단체에서 금통위원을 추천해 독립성이 여전히 한계를 지녔기 때문. 이에 2004년 한은 부총재의 금통위원 당연직 참여(증권업협회 추천 폐지)가 결정돼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처럼 합의제 국가교육과정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기준을 단순 적용시켜 보면 교육부 장?차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교육과정평가원, 대교협, 교원단체, 학부모?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에 교육계 각 구성원들이 모두 합의해 줄 지는 의문이다. 민주노동당 등 일각에서는 교육위원회를 노사정위원회처럼 사회협약단체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위원회 성격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위원회의 성격, 구성 등을 인수위가 결정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지금은 검토, 논의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것은 정부 출범 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