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빠른 금리인하 어렵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1.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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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안 대처, 美에 우선 책임"

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와 재할인율을 75bp씩 기습 인하했지만 뉴욕 증시 3대지수는 모두 장 초반의 낙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모습도 뉴욕 증시 투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유럽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기습 금리 인하는 연준이 사실상 미 경기 침체 우려를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CB는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최근 경기 상황은 ECB의 운신의 폭을 거듭 제한하고 있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금리 인하에 주저하고 있지만 시장이 거듭 악화되고 투자 심리가 황폐질수록 인플레의 우선 순위는 뒤로 밀리게 된다.



이와 관련, CIBC 월드마켓의 이코노미스트 오드리 칠데-프리먼은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황이 뒤늦게 극적 반전을 이뤘고 ECB의 전망도 달라졌다"며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ECB가 잘못된 판단으로 스스로의 신뢰를 해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ECB의 신속한 금리 인하를 장담하긴 어렵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하 시기는 4개월이나 차이가 났다. 연준은 2001년 1월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ECB가 처음 움직인 것은 같은해 5월이었다.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 켄 워렛은 시장 악화를 확실히 증명해줄 수 있는 추가 지표 이후 비로소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ECB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유럽의 시각은 미국에 비해 긍정적이다. 미국 경기 둔화 여파를 자력으로 디커플링할 수 있다는 확고한 경제 신뢰를 갖고 있다.



이날 장 초반 급락하던 유럽 주요 증시가 뉴욕 증시와 달리 금리 인하 발표 이후 상승세를 회복, 급등세로 마감한 것도 이같은 신뢰를 말해준다.

선행적인 금리 인하는 미국의 몫이라는 유럽 경제 관료들의 기본 입장도 변하지 않고 있다.

토마스 미로브 독일 재무차관은 금리 인하 이후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두 알다시피 경기 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고 미국에 이를 우선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앞으로도 한동안 ECB의 최우선 관심사는 물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개월 동안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2001년 5월 이후 최고인 3.1%에 달했고 이에 장-끌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10일 인플레 위협이 추가 상승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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