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사모펀드, 한국서 'KO패'

더벨 김민열 기자, 현상경 기자 2008.01.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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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스토리]KKR·블랙스톤, 만도 인수전서 KDB PE와 H&Q에 참패

이 기사는 01월21일(09: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규모의 사모펀드(PEF)인 KKR(콜버그 크래비츠 로버츠)과 블랙스톤이 만도 인수전에서 한국PEF에 'KO패'를 당했다.



주인공은 한라건설컨소시엄에 있는 산업은행(KDB) PE와 국민연금 1호 펀드인 H&Q.

KDB PE와 H&Q는 한라건설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11월중순. 미국계 부품업체인 TRW가 만도를 1조1000억원대에 사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한라그룹 측은 이에 응할 자금마련이 시급했다. 외형상으로는 TRW가 전략적투자자(SI)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그 뒤에 재무적투자자(FI)로 블랙스톤이 자금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라측은 다수의 사모펀드들이 참여의사를 제안했지만 순수 국내 자본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펀드로 조성된 H&Q를 선택했다. 이들은 한라 측의 만도 인수에 대한 자금지원은 물론 세부 전략을 짜는데 총동원됐다.

그러나 한라건설컨소시엄이 전열을 채 갖추기도 전에 악재가 날아들었다. 바로 세계 최대규모의 사모펀드인 KKR이 만도 인수를 선언한 것.

지난해부터 미국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에 따른 글로벌 바이아웃 시장이 위축되자 KKR은 아시아 시장을 대안으로 주목해 왔다. 미국, 유럽에 비해 성장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높아 여전히 고수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KR은 하나금융을 자금 파트너로 삼고 만도를 첫 먹잇감으로 삼았다. 만도의 지난 2006년 만도의 영업이익은 883억원 안팎. 감가상각비 882억여원을 더한 에비타(EBITDAㆍ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전 영업이익)는 약 1700억원.

KKR이 제시한 매각가인 1조2000억원대가 EV/EBITDA로 기껏해야 7배 안팎에 불과해 최근 국내에서 매각된 조단위 이상의 메가딜에서는 거의 최저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KKR은 본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주문할 정도였다.



그러나 KKR이 만도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차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하는 사이 한라그룹과 KDB PE와 H&Q는 또 다른 전략을 마련해나갔다.

한라건설과 오랜 관계를 맺어왔던 KDB는 확실한 자금지원을, H&Q는 외국계 사모 펀드들의 전략 노하우를 한라측에 지원해줬다. 국내 사모펀드들의 지원 속에 한라그룹도 KCC를 컨소시엄에 합류 시키는 한편 현대차 등 범(凡) 현대가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한라건설 컨소시엄의 정보력과 자금력이 한몸처럼 움직인 결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KR, 블랙스톤에 맞서 한국계 사모펀드들이 보기 좋게 한판승을 거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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