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영어만이 살 길이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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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LG 영어 공용화 정착 원년]공식 문서, 회의 영어로-외국 인재 적극 영입

"Good Morning Everyone! Welcome to Seoul for our January Global Meeting."

지난해 1월말 남용 LG전자 (110,100원 ▲600 +0.55%) 부회장이 자사 전세계 임원들을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모아놓고 '글로벌 임원 회의(GMM)2007' 워크샵을 개최한 자리에서 환영의 인사로 던진 첫마디다.



그리고 25분간의 긴 기조연설에서 남 부회장은 끊김없이 유창한 영어로 회의를 진행했다. LG전자가 영어 공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이같은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LG전자는 올해 영어 공용화를 정착시키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한국기업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에서의 첫 번째 장벽이 '경쟁사'가 아니라 '언어'라는 점을 중시해, 남 부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것 중 하나가 영어의 생활화다. 지난 한해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올해 이를 정착시켜 '글로벌 기업 LG전자'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LG의 영어 공용화는 그동안 영어가 필요한 현업 부서에서 각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영어를 표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이 표준화가 완성되면 이를 생활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환경을 만들면 우수한 외국인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미 이같은 외국인 우수 임원 영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DA본부 직원들이 영어회의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LG전자 DA본부 직원들이 영어회의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든 공식 문서의 영어화=LG전자는 지난해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LG전자내 모든 문서와 회의를 영어로 진행키로 했으나, 그 속도가 더 빨라져 지난해에 이어 상당부분의 영어 생활화가 이루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에게 보고되는 모든 문서를 영문으로 작성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한국 본사에서 해외로 발송하는 모든 문서도 영문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를 위해 모든 전산시스템을 영문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마쳤다"고 말했다.


LG전자내 영어 공용화 우수조직인 가전사업부(Digital Appliance: DA사업부)는 올해부터 본부장 및 사업부장, 팀장, 연구소장 등 조직책임자가 참석하는 회의는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인사 회계, 생산, 영업과 관련된 전산시스템의 영어화도 마무리됐다.

이같은 영어 공용화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면서 달라진 것이 외국인 임원들의 영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화이자의 동북아 지역책임자였던 더모트 보튼(49)을 LG전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급)로 영입한데 이어 이달 1일부터 최고구매책임자(CPO·Chief Procurement Officer)에 반도체기업 프리스케일의 토머스 린턴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 원동력이 LG전자 내 영어 공용화의 영향이 크다.

LG전자는 올해 추가로 최고인사책임자(CHO: 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와 최고 SCM 책임자(CSCO: Chief Supply Chain management Officer: 최고공급망관리 책임자) 등 2명의 부사장급 인재를 올 상반기 중 외국인으로 채용키로 하는 등 영어 공용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메일시스템에 한글이 없다=편지나 문서발송을 대신하는 이메일 시스템도 모두 영문화하면서 LG전자의 메일시스템에는 한글이 없다. 또한 LG전자 사내 인트라넷도 모두 영어로 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관 업무 등 대외협력부서나 홍보부서 등 특수성을 지닌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식문서의 메일도 영어로 보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공용화는 서로 사용하는 영어 중 다른 비즈니스 용어를 표준화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없애는 데부터 시작됐다. LG전자는 임직원들의 영어 공용화 준비를 돕기 위해 지난해 ECC(English Communication Center)를 설립, 회사 업무에서 자주 사용되는 어휘 1170개와 표현 48개를 영어로 번역한 '공용 영어 표현 모음집'을 작성해 파일 형태로 임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DA사업본부 직원이 영어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 프리젠테이션 방법을 배우고 있다.DA사업본부 직원이 영어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 프리젠테이션 방법을 배우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화 지원 활동=DA사업본부는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06년부터 영어 사용을 본격화하며, 활발한 ECC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인 ECL(English as a Common Language) 포털을 지난 2006년 2월 문을 열고, 사내에서 쓰이는 용어를 사전식으로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CL에 관련된 문의사항 및 의견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이 포털에선 버디(Buddy) 미팅 신청이나 영문보고서 감수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활동으로는 ECL 버디(Buddy)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영어 원어민이 그룹을 방문해 그룹원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그룹장을 대상으로 전화영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이후에는 사원 계층으로까지 확대됐다.

이 외에도 사내 어학강좌 및 신입사원 R&D 교육 시 영어 교재를 사용하며 사내 영어 사용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편, 2009년까지 그룹별로 외국인이 1명 이상 있는 비율을 90%까지 올릴 계획이다.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본부의 경우 피드백과 코칭 통해 영어 능력을 배가하고 있다.



DD사업본부는 'English Help Desk'를 운영, 1차 영문화 완료한 문서에 대해 단어 및 표현에 대한 검수를 비롯해 직무별, 업무용어, 약어 등에 대한 서비스도 하고 있다.

또한 상황별 대화 사례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한편, 월 2회 영어 이벤트 메일을 구성원에게 발송하는 '깜짝 이메일'(Surprise email)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단어게임 및 낱말 맞추기, 에피소드 등을 공모하며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벤트 실시 후 표현에 대해 회신을 해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표현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는 등 영어 공용화의 생활화에 힘쓰고 있다. 이같은 영어 공용화 활동을 통해 올해 LG전자는 확실한 글로벌 기업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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