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경기부양책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0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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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은 거침이 없었다. 서브프라임, 자산상각, 손실, 경기 침체 등의 단어가 증시를 휘감았고 지난 3일동안 다우지수는 무려 618.94포인트, 4.9% 빠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시장 경색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 불안과 소비 위축, 제조업 부진까지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제 경기 침체는 기정 사실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겠다고 나선 걸 보면 더 이상 손놓고 바라만 볼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증시는 이런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약세장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러셀20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미국내 매출이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다.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를 반영하는, 그래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다우지수보다 중요시했다는 다우존스 윌셔 5000지수도 사정은 다를 게 없다. 17일 현재 지수는 전고점 대비 15.3% 하락한 상태다.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측정하는 변동성 지표 VIX(Volatility Index), 일명 '두려움 지수'도 이날 전일대비 16.74% 오른 28.46을 기록해 지난해 11월26일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쯤 되면 시장은 불안감과 불확실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마감 후 나온 실적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의 4분기 손실은 18억7000만 달러, 주당 2.19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 주당 1.43달러의 손실을 크게 밑돌았다. 이 회사가 손실을 내기는 1997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의 상각 규모는 16억 달러로 집계됐다.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도 4분기 17억7200만달러(주당 3.06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손실액인 5억7600만달러(주당 1.08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그나마 IBM이 월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제시해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발표한 전망치와 일치했고, 이미 반등의 재료가 된 만큼 이날 증시의 흐름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12월 경기선행지수(예상치 -0.1%, 이전치 -0.4%)와 미시간대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조사치 74.5, 이전치 75.5)가 줄지어 나온다.



이날의 관건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할 경기 부양책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경기 부양책을 통해 납세자 일인당 800달러의 세금을 돌려 받게 되고 기업은 설비투자시 공제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실업자 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소득보전세(EITC)를 확대하는 등 모두 1000억~15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증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을 뒤엎는 파격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깊은 골에 빠진 미 경제를 살리기 어렵고, 불안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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