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있었다는 이유의 '주홍글씨'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2008.01.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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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본 세상]

조준웅 삼성특검팀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몽고 초원에서 시작해 대륙의 곳곳을 향해 달리는 '몽고 기병'의 모습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들의 말발굽에 눕는 초원의 풀들과 또 그들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거대한 흙먼지도 함께 연상된다. 풀들이 눕고 흙먼지가 이는 연상을 넘어 우려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이번 특검 수사는 조금은 예측 가능하지만 그래도 수사의 결론을 예단하기엔 반전의 요소들이 도처에 있다. 그래서 더욱 드라마틱하다.



흥미진지한 볼거리를 갖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이 드라마의 주연은 당연히 조준웅 특검팀이다. 드라마 시나리오를 보면 조 특검팀은 상대방을 무조건 공격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됐다.

또 다른 주연은 삼성그룹이다. 하지만 삼성은 무조건 방어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삼성이 안고 있는 원죄가 이유다.



삼성의 원죄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그 첫번째가 경영권 승계과정에 편법을 사용해 조세를 포탈한 혐의이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흘째 방영된 드라마 내용은 이렇다. 특검팀은 14일과 15일 이건희 회장 개인 집무실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과 이 회장 자택 그리고 삼성그룹 본관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시작 일성을 토했다.


일단 시작에 불과하지만 전초전 성격인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초기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이다.

예상치 못한 발빠른 행보와 구체적으로 특정된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삼성도 '허'를 찔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김용철 변호사를 조사하면서 수사 대상을 확정하고, 압수수색 대상에 실무자급 부장과 차장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한 게 이유다.

특검팀은 확보한 자료를 집중 분석하면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경영권 승계과정의 불법성과 관련된 단서를 찾고 있다.

다음에 방영될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면,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집중 분석하면서 관련자들 소환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휘드르는 '칼'에 삼성이 입을 상처가 가벼운 외상으로 그칠 지 아니면 치명적인 내상이 될지 당장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유증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다.

또 진군하는 몽고 기마병의 말발굽아래 초원의 풀들이 쓰러지듯, 특검이 휘드르는 칼춤의 후폭풍에 삼성에 몸 담았던 많은 인사들이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어찌보면 삼성이라는 직장을 통해 인생의 대로를 설계했으니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드라마 시청자들의 반응도 예상될 수 있지만, '삼성이라는 주홍글씨'로 인해 쓰러져야 할 '조연들'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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