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수사? 가볍고도 요란한 삼성특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1.16 17:17
글자크기

인터넷 제보 카페·실적발표날 압수수색 등 '경솔' 지적

최장 105일간 계속될 삼성 비자금 특검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지 겨우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잡음이 들리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정상적 경영이나 신인도에는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는게 국민적 공감대지만 그 반대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 개설한 카페와 지난 15일 삼성 본관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 특검이 갖는 사회적 무게감에 비해 경솔한 처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지난 9일 '네이버'에 '삼성비자금특별검사' 라는 카페를 개설했다. 일반 국민들로부터 삼성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받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장 '제보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장난글이나 무책임한 의혹 제기를 차단하지 못할 경우 자칫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카페의 '제보'란은 며칠이 못 가 '참여'란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특검 응원 사이트'로 전락한 상태다. 12일 추가로 개설된 다음 카페는 가입자 5명에 불과, 사실상 유명무실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한 네이버 카페 방문자는 "카페의 목적이 무엇이냐. 특별검사가 국민에게 격려 받는 곳이냐"고 꼬집었다.

15일 단행된 삼성 본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전세계를 상대로 지난 한해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던 시간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대한 지적이다. '전세계 세번째로 매출 1000억불 돌파'라는 잔칫상에 재를 뿌릴 만큼 본관 압수수색이 시급했느냐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집중을 받는 행사"라고 전제하고 "특히 삼성의 실적이나 향후 투자 계획 등은 전세계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도 같은 시간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다소 경솔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을 향한 삼성전자의 입인 주우식 부사장(IR팀장)은 "200여명의 애널리스트들과 컨펀런스콜을 하고 있는데 압수수색 소식을 들었다"며 "컨퍼런스 진행하면서 급속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우연의 일치'였다는 특검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본관 압수수색의 목적이 '삼성을 망신 줘 기를 꺾어 놓으려는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삼성의 국내 위상을 생각할 때 삼성의 이미지 타격은 결국 대한민국의 손해"라며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게 되면 결과에 상관없이 해당 기업은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검 시작 때부터 각계에서 조용한 수사를 주문했는데 그렇지 못해 안따깝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