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개장]악재 만발, 일제 급락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8.01.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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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뉴욕 증시가 장 초반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씨티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밝힌 가운데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가 6개월래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동부시간 오전 10시 4분 현재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28.03포인트(1.0%) 하락한 1만2650.12를 기록하고 있다. S&P500지수는 18.01포인트(1.27%) 떨어진 1398.24를, 나스닥지수는 31.24포인트(1.26%) 밀린 2447.06을 나타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씨티그룹의 손실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은 이날 지난해 4분기 98억3000만 달러, 주당 1.99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억 달러, 1.03달러의 순익을 창출한 데 이어 적자전환한 것. 이는 씨티그룹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전문가 예상치(주당 97센트)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상각 규모는 180억 달러로 지난해 11월 자체 예상치의 2배에 육박했다. 이는 또 종전 최대인 UBS의 140억 달러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배당금을 기존 주당 54센트에서 32센트로 41% 삭감키로 결정했다. 씨티그룹의 배당금 삭감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배당금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을 뒤짚은 것이다. 씨티그룹은 또 전체 인력의 1.1%, 또는 42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주가는 3.1% 급락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위해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145억 달러를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 30억 달러는 쿠웨이트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청(KIA)이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날 발표된 지표들은 줄줄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0.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전월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소매판매가 감소하기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지난해 전체로는 소매판매가 4.2% 증가해 5년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2006년 소매판매는 5.9% 늘었었다.


뉴욕주의 제조업 경제 성장세를 9개월래 최저로 떨어졌다. 뉴욕연방은행은 이날 1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전달 9.8에서 9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전문가 예상치 10에도 못 미쳤다.

다만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외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PPI는 전월대비 0.1% 하락, 전문가 예상치 0.2% 증가를 밑돌았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11월 PPI는 3.2% 급등해 34년래 최고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달 0.4% 상승한 데 이어 0.2% 오르는데 그쳐 월가 전망에 부합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PPI가 6.3% 상승해 198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근원 PPI는 2% 상승해 2006년과 같았다.

덕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딘 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경기 하향 리스크"라며 "물가 압력은 지금 당장은 연준의 관심권에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함에 따라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에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21% 하락한 106.86엔을 기록, 2년래 최저로 밀렸다. 달러/유로 환율도 0.24% 상승한 1.490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2.13% 하락한 배럴당 92.1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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