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컴넷, "운은 좋았다. 그렇다면 능력은?"

이은원 객원필진 2008.01.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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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이은원의 ValueSniper

기업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떤 투자자는 산업의 '트렌드'를 먼저 읽어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투자자는 기업 조직의 경쟁력을 분석하고자 여기저기 물어보며 크로스 체킹을 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의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의 장단점을 따져보며 강력한 BM(Business Model)을 가진 기업을 찾아내고자 오늘도 기업편람을 들춰보기도 한다.

물론 모든 부분이 투자에 있어서 중요하다. 강력한 BM을 갖고 있으면서 경쟁력 있는 조직과 함께 우호적인 '트렌드'를 만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은 모든 투자자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세 박자를 고루 갖추기 보다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시 위대한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험에 비추어 해답을 주고 있는데 피셔의 경우 기업의 '능력'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피셔가 이야기하는 '운'이 '트렌드'라면 '능력'은 '경쟁력'과 'BM'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큰 성과를 안겨다 주는 기업을 크게 2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운이 좋으면서도 능력이 있는' 기업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운이 좋은' 기업이 그것이다.

버핏 또한 버크셔해서웨이 연차보고서에서 간간이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버핏도 '트렌드'를 간과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신문사업이 뉴미디어의 증가로 인해 예전의 독점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솔직히 고백하는 대목이라든지 과거 직물사업이 주 사업이었던 버크셔해서웨이를 살려보려는 노력이 허사였음을 인정하는 부분을 통해 산업의 '트렌드'가 개별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산업의 트렌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서 보유기업을 매도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만큼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청호컴넷, "운은 좋았다. 그렇다면 능력은?"


'청호컴넷'은 잘 알려진 바대로 ATM, CD, CDP 등의 금융권 업무전산화 장비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업체이다. CD(현금자동지급기)기 부문에서는 국내 약 4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ATM(현금자동입출금기)기는 약 32%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사업체이다.

금융자동화기기 산업은 은행들의 비용관리 니즈와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약 5년을 주기로 교체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보니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틸러스효성'이 적자를 감수하고 스포일러(Spoiler)의 역할을 톡톡히 감수함에 따라 2003년~2004년 동사의 실적은 바닥을 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틸러스효성'의 공세도 끝이 나고 다시 안정적인 구도로 들어갈 무렵인 2006년 4분기에 신권발매 효과와 5년의 교체 주기가 맞물리면서 2007년 1분기 실적은 전년분기대비 250%가 넘는 성장을 거두게 되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열광했으며 1만7000원~2만원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주가는 실제 성장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증권업계의 지급결재기능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단숨에 4만원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2008년에는 2007년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내외적으로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인 '청호엔터프라이즈'를 상대로 한 전환사채 발행과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인 '쏘넷'을 주식교환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더욱 짓누르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신권발매'와 '교체주기'가 맞물리면서 실적이 터진 부분은 대외적인 환경, 즉 '운' 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으며 대주주를 상대로 한 '전환사채 발행'과 '쏘넷'을 통한 사업다각화는 내재적인 역량에 의해 발현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환가격'이 3만7169원으로 최고주가였던 4만원대와는 큰 차이가 없고 전환가액조정(Refixing)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최초 전환가액의 9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전환사채'를 통해 부를 자연스럽게 대주주에게 이전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봤던 사례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4.56%로 높지 않은 부분을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KT와의 오랜 사업적인 관계로 인해 안정적인 사업 사업다각화라는 차원에서 '쏘넷'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지만 주식교환비율 산정에 있어서 2008년의 예상실적을 2007년의 2배 가까이 추정하여 산술 평균한 대목에서 적절한 가격을 치렀다고 보기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즉 '운'은 좋았으되 '능력'이 좋다고 보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가격경쟁의 리스크에 노출된 과거가 있어 BM상으로도 강력한 경제적 해자가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이러한 '능력'적인 부분의 취약점을 동사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옥 내 교육센터를 마련하여 직원들의 재교육을 통한 업그레이드가 한창이다. 또 ATM제조사의 이점을 십분 강조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은행의 ATM기기 아웃소싱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전자금융'이 거의 독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아웃소싱사업'에 대한 진출전략에서 세련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과거 '노틸러스효성'의 실패를 거울삼아 핵심적인 역량인 '현금관리능력'을 CD VAN사업을 통해 키워가며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현금관리 능력을 키우면서 기기 유지보수까지 병행하는 토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노틸러스효성'의 강력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었던 '한국전자금융'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도 투자자로서는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훌륭한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적인 환경의 '운'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운'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능력' 또한 필수적이다. 경쟁업체가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강력한 경제적인 해자를 구축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운'을 배제한 상황에서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동사의 미래의 '운' 또한 고액권 신권 발행이라든지 장기적인 디노미네이션 등 좋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운'을 이용하여 내재적인 역량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동사에 달려있으며 향후 투자자들은 주의 깊게 동사의 발자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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