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테크' 무신경증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1.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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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취재후기]

"A보험사에 보험료가 저렴하고 괜찮은 상품이 있어서 가입하려고 했다가 거절 당했어요. 가입 신청을 받는 사람이 제 주민번호를 조회해보니 인적사항에 설계사라는 정보가 떴나봐요. " B보험사에 다니는 설계사 C씨의 고백이다. 설계사는 보험사가 지정한 특정 상품 외에는 가입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내심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 설계사의 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알고 다 타가니까요." 보험의 보장내용을 속속 들이 알고 있는 만큼 해당 상황이 될 때마다 보험료를 열심히 청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심 엉뚱하게도 '그럼 몰라서 못 타가는 일반인이 '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보험사의 2006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대도시에 거주하는 가구의 평균 가족수는 3.8명이며 가구당 약 5건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상으로만 보면 1인당 평균 1~2건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수치상으론 그리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보험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던 한 재무설계사의 설명은 이와 달랐다.

"보험도 부익부 빈익빈이에요." 통계의 평균은 그야말로 평균일뿐 실제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들고 있는 사람'과 '전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의 부류로 극명하게 나뉜다는 말이었다. 또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상품이 아니라 사람(설계사)을 보고 드는 경향이 높다"는 지적도 했다.



이러한 보험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험의 'ㅂ'도 모르면서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새삼 들었다. "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고 있지만 정작 아플 때 보험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

'글로벌 개미'가 활약하고 '펀드공화국'으로 떠들썩한 재테크 광풍이 몰아치는 요즘도 어찌된 일인지 보험 상품에 관해선 재테크의 개념이 부족한 듯하다. 이제 보험도 정확히 알고 가입하고 제때 보장내용을 챙길 줄 아는 '똑똑한 소비'의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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