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한은, 통화정책 갈등 예고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1.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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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9일 보고 '성장이냐 물가안정'..4월 금통위원 물갈이 주목

'7% 경제성장'을 내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성장우선 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이 적지 않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차기 정부와 한은의 갈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4월 정부 몫의 금융통화 위원 2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론자'들의 금통위 입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논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인수위 곳곳에서 시각차=7일 한은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는 오는 9일 업무 전반에 대한 업무현황을 보고토록 한은에 지시했다.



당초 인수위 업무보고 계획에는 한은이 없었지만 인수위가 갑자기 일정을 잡으면서 업무보고가 이뤄지게 됐다.

인수위는 한은에 대해 △통화정책의 운용방향을 비롯한 국내외 경기전망과 △외환보유고의 한국투자공사(KIC) 위탁 운용 문제 △한국은행 수지 △고액권 발행 현황 △통화지표의 국제적 정합성 등을 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에서 가장 큰 충돌이 예상되는 분야는 역시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운영방향.


이명박 당선인측은 7%의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성장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올해 성장률도 당선인측은 6%를 전망하는 반면 한은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4.7%를 전망하고 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 것이 확실시되는 차기 정부가 이에 걸맞는 통화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목표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물가를 잡아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가 쉽지 않아 난감한 상황.



외환보유액 운용을 놓고도 한은과 당선인측은 방향이 다르다. 이 당선인은 이미 공약을 통해 아시아 금융허브를 위해 한은의 외환보유액 투자를 확대해 KIC의 해외자산 운용기반을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한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어떤 논쟁이 오갈 지 주목된다.

◆금통위원 물갈이 예상= 강만수 인수위 경제분과 제1간사는 과거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 한은과 일정한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인수위 출범 당시 "경제성장의 제1법칙은 저세율과 저금리”라고 밝힌 바 있어 한은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이에따라 한은 통화정책의 최고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인적구성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점쳐지고 있다. 오는 4월 20일 이성남 위원과 강문수 위원, 이덕훈 위원의 임기가 나란히 만료된다.

이성남 위원은 금융감독위원회, 강문수 위원은 재정경제부, 이덕훈 위원은 한은에서 추천한 인물. 이에 따라 오는 4월, 금감위와 재경부 몫의 2자리는 '친 이명박' 인사가 내정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여기에 추천권을 갖고 있는 대한상의 역시 이 당선인측의 경제성장론을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올해 금통위는 그 어느때보다 팽팽한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어디까지나 금통위에서 위원들의 냉철한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양측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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