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결국 100불 돌파 경제 영향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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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세…새로운 악재 아니다"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소식으로 장중 100달러를 넘어서며 전날 기록한 신고가를 경신했다.

여전한 수급 불안과 투기 세력 준동, 달러 약세 등 유가 불안 요인들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불안심리와 함께 유가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2월 인도분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100.09달러를 기록, 전날 기록한 장중 최고치인 100달러를 넘어섰다. 마의 100달러 벽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단기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차익 매물이 나오며 종가는 전날보다 0.49%(0.46달러) 떨어진 배럴당 99.16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초반 유가를 끌어올렸던 것은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전문가들의 예상치(225만배럴)보다 훨씬 큰 406만배럴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원유재고는 7주 연속 감소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그동안 시장이 기대해온 유가 세자릿수 시대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점은 가장 중요하다. 시장 기대가 충족된 만큼 유가의 향방을 예측할때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가 시황을 끌어온 요인들이 전혀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가 상승세는 유효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는 유가가 실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우려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 달라졌고, 달러 약세가 고유가의 완충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고유가의 6가지 원인



최근 유가 상승세에는 △ 수급 불일치 △ 달러 약세 △ 계절적 수요 △ 투기 세력 △ 정유 시설 투자 미흡 △ 지정학적 위기 등 6가지 원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달러 약세와 함께 투기 세력의 집중 매수는 유가를 단기간에 급등시킨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올라서는데에는 투기세력의 역할이 가장 컸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은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원유 시장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들이 단기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독일 경제연구소인 DIW의 클라우디아 켐펠트 연구원은 베를리너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의 20%는 투기세력의 역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최근 유가의 단기간 상승세에는 투기세력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계 원유 재고 감소가 장기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유가는 향후 5년내 150달러, 향후 10년내 2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켐펠트의 이 같은 분석은 가장 비관적인 원유 예측 이론인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의 예측과도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피크 오일 이론은 원유 생산이 최고점에 도달한 뒤 급감함에 따라 유가가 200달러선에 도달하고 이에 따라 대공황에 가까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피크 오일 이론은 특히 대체 에너지 전환이 늦은 경제가 결국 재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안정되는 듯 하다 다시 급격한 약세로 돌아선 달러도 유가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 WTI, 두바이,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대표 유종은 달러화로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된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유가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3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했고, 이로 인해 유가가 낮더라도 산유국들은 어느정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러 가치는 지난 3년간 30% 가까이 하락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도달했지만, 따지고 보면 3년전 7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 유가 100달러 실제 경제 충격은 미미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했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 월마트 효과 △ 이머징 국가 새로운 소비국 부상 △ 산유국의 글로벌 투자 확대 △ 연료 효율성 증가 및 경제 펀더멘털 변화 등을 이유로 유가 100달러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선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저비용 수출국인 중국의 등장으로 값싼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월마트 효과'다. 이 효과로 소비 여력이 늘어가게 돼 고유가 상황에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들의 구매력 확대도 글로벌 기업들의 판로를 확대하는 것을 도울 전망이다. 또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산유국의 투자가 경제 순항을 도울 전망이며, 연료 효율적인 기술 도입과 경제 체질 강화도 긍정적인 요인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유가 상승세가 4년간 점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달러 약세로 인해 유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를 끌어올린 변수가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유가에 거품이 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유가가 그동안 기대하던 1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진 베인버그 코메르쯔방크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유가가 100달러대로 올라설 것으로 확신하고 결국 이를 달성했다"면서 "이제 목표가 사라져 유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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