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vs 의사' 때아닌 난타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1.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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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봉·수입까지 거론하며 치열한 공방

건강보험 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의사협회가 때아닌 '밥그릇'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건강보험 정책의 개편이 예고되는 가운데 기선을 잡기 위한 두 단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대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대구지역 산부인과 의원 2곳에서 진료비를 허위청구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자 건보공단 대구지사는 대구 소재 산부인과에 공문을 보내 허위·부당청구 사례를 자진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당황한 대구지역 산부인과 의원들로부터 이런 소식을 전해듣고 건보공단 본부에 항의성 공문을 띄워 자진신고 요구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에 만연한 부당·허위청구 사례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허위청구 자진신고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의협은 지난달 27일 협회 소속 의료정책연구소의 '건보공단 결산서 분석' 연구보고서를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건보공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건강보험이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건보공단의 경영이 방만하다는게 연구보고서의 요지다. 더욱이 "공단 직원 평균연봉이 4798만원으로 국내 근로소득자 평균연봉 보다 57.3%나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이에 맞서 "공단 직원의 평균연봉은 35개 공공기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임금인상률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했는데도 의협이 거짓자료로 생떼를 쓰고 있다"며 흥분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수가 인상을 원하는 의협에서 정권 교체기를 맞아 의도적으로 '도발'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허위청구 실사를 강화하는 등 정면대응키로 했다.

건보공단 노조도 3일 성명서를 내고 "평균 순수입만 1억5000만원으로 소득 대비 수익으로 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 인데도 의사들은 소득을 탈루하고 매년 천문학적 금액을 부당청구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노조는 더 나아가 의협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등 갈등이 '확전'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연구결과가 지난달 초에 나와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배포했을 뿐"이라며 "건보공단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도 공단이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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