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백불 시대-①] 급등 원인은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8.01.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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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90달러 초반까지 뒷걸음쳤던 국제유가가 결국 100달러 고지를 밟았다.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약달러 우려에 지정학적 불안이 겹쳐 유가 100불 시대가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 속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전일대비 4.2% 급등한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3년 NYMEX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 급등은 미국 원유 재고가 3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1월 3일 WTI는 58.32달러로 2007년 첫 거래일을 마감한 후 8월에 70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11월21일 99.29달러까지 급등해 신고가를 경신했고 급기야 2008년 새해 첫날 전년동기대비 약 45% 오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세는 지난해부터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산유국의 증산량이 미미한 가운데 고속 성장하는 친디아(중국+인도)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불안을 키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친디아발 유가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도 고유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석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를 국내 산업화에 투자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 국제 시장 공급 물량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기 때문이다.

미국 라이스 대학의 석유 부문 애널리스트 에이미 마이어스는 "국제 시장의 핵심 공급원인 주요 산유국들이 5~10년 후 현재의 역할을 계속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4년 전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달러 약세도 유가 100불 시대를 앞당겼다. 미국 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임에 따라 달러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석유와 금을 비롯한 상품투자로 투기성 자본이 대거 집중된 탓이다.

이날 달러 가치는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가 5년여래 최악이라는 소식에 주요 통화에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94% 하락한 109.48엔까지 하락했고(달러 가치 상승) 달러/유로 환율은 1.4750달러까지 올랐다.



이같이 유가 100불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용위기, 주택침체와 더불어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급격히 줄여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2001년 기술주 붕괴 이후 최대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경기 침체 속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바짝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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