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펀드깨고 예금?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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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증시 약세+채권 등 유망…역발상은 가능

글로벌 증시의 새해 출발이 좋지 않다.

코스피지수는 2%이상 하락했고 대만지수는 2.15%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에 이어 뉴욕증시도 첫날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한때 1만3000선을 내주면서 220포인트 급락했다.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1.61%, 1.44% 내렸다.

국내증시는 외견상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5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문제가 아니다. 이를 소화해줄 수 있는 매수 세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전날 프로그램 매물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2%에 달했고 차익 매물은 11.9%다.



개인과 외국인이 비록 순매수를 보였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기관투자가 역시 쌓아놓은 현금을 좀처럼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있다. 왜일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1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볼 때 현재 국면은 경기 확장 국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와 연관성이 높은 계절조정한 11월 산업생산지수가 하락 반전함에 따라 실물경기의 정점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대표적인 체감지표인 1월 한은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급락하고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순환적 정점에 다가가고 있어 주가 전망 및 행보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내적인 증시 펀더멘털 환경 요인에서 상승 촉매제가 될만한 긍정적인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도 불확실한 변수. 최근 발표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4년 10월(3.8%) 이후 최고치인 3.6%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뿐만 아니라 생산자물가, 생활물가, 수입물가지수 등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새해 첫날 국제 유가가 처음으로 세자리수에 진입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가운데 아무리 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됐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100달러 유가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수익률 상승은 가계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국내 소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전날 CD 수익률은 5.84%로 지난해 첫날(1월2일,4.87%)보다 0.97%포인트 높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가계 이자부담 증가로 국내 소비 둔화 우려가 국내 경제와 증시 회복의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채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기 투자전략으로 채권비중 소폭 확대를 권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1월 채권시장 전망'에서 2000년이후 금리수준별 투자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국고 5년물이 6% 수준에서 투자했을 때 채권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4.92~11.58%였다. 절대금리 수준에서 6%라는 금리는 투자할 만한 수준인 셈이다.

수협이 이달부터 연 7%의 예금금리를 제공한다고 하자 주위에서 '펀드 깨고 예금에 돈을 넣을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시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그들은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2000년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인터넷거품붕괴와 이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가능성을 예견했고, 2006년을 전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주택시장 붕괴를 경고한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돈을 벌려면 몰려다니지 말라"고 조언했다.

물론 그는 국채나 MMF의 매력을 강조했지만 역발상은 언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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