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소액대출 확대..700만명 신용회복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1.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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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확대=사전예방 + 기금설치=사후 구제 투트랙 전략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한 금융소외자 지원대책의 핵심은 은행이 직접 소액 대출시장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은행이 진출하게 되면 경쟁을 통해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은행 역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은행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순이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금융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한 셈이다. 채무탕감이나 신용대사면과 같은 ‘즉효약’ 대신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금융소외자, 시장원리로 푼다 = 금감위는 은행의 상호저축은행 인수를 유도, 소액 대출상품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저축은행 인수를 타진 중에 있고, 국민은행 역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서는 6등급 이상의 우량 고객은 지금처럼 은행을 이용하도록 하고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계열 저축은행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이 소액 대출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일본계 대부업체가 점령하고 있는 소액 대출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풍부한 영업망과 저렴한 자금조달 등의 장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경쟁 심화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소액 대출시장이 활성화되면 저신용자가 불법 대부업체를 찾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 대부분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업체를 거치지 않고 대부업체로 직행하고 있다. 소액 대출상품이 다양해지고 활성화되면 저신용자라도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신규 진입보다는 규제완화가 효과적 = 금감위는 은행이 저축은행을 신규 설립하기 보다는 기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저축은행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신규 인가를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을 신규 설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캐피탈사나 신용카드사, 리스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신규 설립에 부정적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신규 설립보다는 ‘부대업무 비율 50%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부대업무 비율 완화의 경우 검토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 꺼낼 카드는 아니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신용회복기금 재원 마련 세부사항 검토 = 금감위는 이 당선인이 제시한 신용회복기금 설치 공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소액 대출 공급확대가 사전적인 예방책이라면 신용회복기금은 사후 구제적 성격이 강하다. 신용회복기금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보증을 제공, 고금리 대출을 일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당선인은 약 1조원의 기금을 마련해 10조원 정도의 보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조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저등급인 10등급 대출자만 76만9262명에 이르고 평균 대출금액도 2411만원에 이르고 있다. 10등급의 대출금액만 18조5400억원에 이르고 저신용자 그룹인 7등급 이하 총 대출금액은 무려 123조원에 달하고 있다.

5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 이용자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더라도 10조원으론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저신용자에 대한 보증이기 때문에 10배까지 보증을 제공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금감위 관계자는 “정확한 지원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활용 가능한 재원이 어떤 것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지원 대상자가 구체적으로 확정돼야만 세부적인 방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체기록 삭제 문제 역시 논의되고 있다. 연체기록을 삭제할 경우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만 절충점을 찾고 있다. 금융회사가 연체기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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