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포항 정권' 과메기값 오르겠네?

머니투데이 유승호 온라인총괄부장 2008.01.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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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CEO방식 인사'에 기대

[광화문]'포항 정권' 과메기값 오르겠네?


 겨울철 횟집의 별미 가운데 하나가 과메기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바닷가에 내다걸어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촉촉히 숙성·건조시킨 것이다. 숙성을 통해 원재료보다 영양이 풍부해져 피부노화, 체력저하, 뇌기능 저하 방지 등에 좋다고 알려져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과메기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고향, 포항의 대표적 특산품이기도 하다.

 철이 철인지라 요즘 서울 지하철 3호선 TV에서도 '포항 구룡포의 명물 과메기' 광고가 한창이다. 어찌나 입맛을 돋우던지 결국 집앞 호프집에 들러 과메기 한 접시에 소주 1병을 시켜놓고 아내를 불러냈다. 과메기 광고를 보면서 지하철에서 혼자 실없이 웃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태우 정부 때였다. 정치부 데스크가 초년병 기자에게 물었다. "고향이 어디야?" 바짝 군기가 든 '신병'은 "OO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는 대뜸 "잡어네"라고 말했다. '잡어?' 나중에 알아보니 출신지를 그렇게 비유한 것이었다. 당시 잘 나가던 대구·경북 출신은 '광어', 광어를 제외한 영남 출신은 '도다리', 기타 등등은 '잡어'로 분류됐다.

 '광어' 중에서도 노태우 대통령이 졸업한 모 고교 출신들을 '엠삐라'라고 불렀다. 선배에게 '엠삐라'가 뭐냐고 물었더니 광어 1마리를 잡아도 몇 점 안나오는 가장 맛있고 비싼 지느러미살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시 '엠삐라'는 군부, 검찰, 국세청 등 주요 권부에서부터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핵심 요직을 석권한 막강 파워집단이었다.



 그러나 '도다리'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일대 물갈이가 이뤄졌다. 군부의 '광어' 그룹이라 할 수 있는 하나회가 해체된 것은 너무 유명하고 경제계에서도 '도다리' 바람이 불었다. '금융계 황태자'이자 '왕 광어'였던 이원조씨가 심어놓은 '광어' 인맥이 매우 두꺼워 '도다리' 인맥이 이를 대체하는데 꼬박 5년이 걸렸다는 얘기도 있었다.

 정말 흥미로운 것은 이 즈음 횟집에서 도다리 가격이 광어 가격을 앞질렀다. 양식 과정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광어 값이 폭락한 반면 도다리는 양식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격이 급등했다. 그때 공교롭게 멸치 값도 급등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 옹이 멸치어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5년 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횟집에서 느닷없이 잡어 값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도다리 값이 오른 뒤 도다리도 양식이 된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그동안 버림받았던 노래미 등 자연산 잡어들이 웰빙 메뉴로 부상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부산상고 출신들이 잘 나갔다고는 하나 옛 '광어'들의 위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꼽아보는데 열 손가락이 모두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항간의 기대가 자못 큰 것 같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어서 3대에 걸친 전직 민주투사 출신 대통령들과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민주투사 출신들이 '동지 중심' 인사를 했다면 CEO 출신은 대규모 조직인사 경험을 살려 균형감각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다.

 이 당선인은 특히 젊은 사람들과 일하기 좋아하고 부하들의 경쟁을 자극하는 독특한 인사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장 시절 특정 지역, 특정 학연에 다소 치우쳤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통령 인사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광어, 도다리, 잡어로 한 바퀴 다 돌았으니 정권 바뀔 때마다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이 프리미엄을 얻는 횟집의 추억은 이제 막을 내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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