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자는 "앉으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사말도 줄곧 서서 했다. 그는 말을 하기보다 들었고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분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재계 총수들을 북돋웠다. 이 역시 일장연설을 늘어 놓던 전임자와는 달랐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유달리 재벌로 상징되는 기업인들에 대한 '인정'에 인색했다. 개발독재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쌓은 원죄가 컸던 만큼 '몰인정'의 강도도 강했다. 그렇지만 한국사회는 싫든 좋든 기업인들과 기업들이 이룩한 물적 토대 위에 서 있다.
한국 기업과 기업인들의 이같은 운명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미국 기업이 아니라서 받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뉴스코퍼레이션의 본사를 호주에서 미국으로 옮겨 가는 세상에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무모함에 대한 징벌처럼 여겨진다.
도덕성을 주특기로 내세웠던 청와대의 일개 비서관이 찬조금을 뜯어내려는 나라에서 기업을 하지 않았다면, 혹은 삼성이 외국기업이었다면, 공장 유치를 위해 대통령과 장관과 지자체장이 거꾸로 삼성에 로비를 해야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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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한국 기업인들과 기업들이 적어도 국내에서만이라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잘한 것에 대한 '칭찬'과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 이전에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인정'에서 일자리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