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06년"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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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2008시장을 말하다]-② 마이다스에셋 주식본부장

"어게인 2006년"


지난28일 증시폐장 직후 만난 허필석(사진) 마이다스에셋 주식운용본부장은 "기대와 달리 마지막날 시장이 하락마감했다"며 "올 4분기들면서 시장대응이 쉽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무자년 펀드운용에 대한 걱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허 본부장은 "내년도 상반기 국내증시는 글로벌경기 둔화와 국내기업의 순이익 증가 정체등으로 조정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경기의 회복과 신정부의 경제우선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4분기가 돼서야 국내증시가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하지만 연간 상승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상반기, '쉬어가는 조정국면'

= 2008년 상반기 약세장을 전망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펀더멘털 측면에서 악재가 많다. 먼저 미국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상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씨티 메릴린치 등 대형 금융기관은 중국과 중동계 자금의 도움으로 자산상각했지만 상당수 금융기관은 아직 부실규모도 정확히 발표하지 않았다. 이들이 추가 상각을 발표하면 미국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미국경기 둔화도 상반기 내내 계속될 것이다.



중국경제는 내년에도 10%초반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겠지만 올해(11%후반)보다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다. 이것은 중국관련주들의 상승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다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세가 상반기에는 한자릿수 내지 정체가 예상된다. 특히 10월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국내경기선행지수가 6월말까지는 하향추세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같은 국내외 실적부진으로 상반기 증시는 '쉬어가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 그럼 내년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올해 종가인 1897.13에서 크게 빠진다는 의미인가.
▷ 앞서 언급한 악재로 상반기 국내증시는 '쉬어가는 조정국면'을 연출할 것이다. 하지만 수급이 좋아 지수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국인들은 올해같은 일방적 순매도에서 벗어날 것이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이 확대된다. 여기다 중국국부펀드에서 한국주식을 매수할 경우 수급은 예상보다 더욱 더 좋아진다. 또한 적립식펀드 등 개인자금도 지속적으로 증시에 유입되면서 지수를 방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상반기에 1600대까지 조정을 받는다면 공격적으로 매수하라고 권하고 싶다.

수급개선으로 지수 방어한다



= 일부 펀드매니저는 내년도 금리상승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을 억누를 것으로 우려한다.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는가.
▷ 원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금리상승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 금리상승시 주가하락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금리상승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특히 단기금리 급등을 크게 우려한다. 즉 (경기상승 기대감에 따른) 중장기 금리보다 (수급왜곡에 따른) 단기금리 급등현상에 주식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1분기 국내증시의 조정을 예상하는 이면에는 이같은 단기금리상승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은행권의 자금수요가 내년3월말에 집중돼 있어 2분기이후 단기금리는 하락반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즉 2분기이후 단기금리가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현상은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금리상승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계속 작용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만약 신정부의 경기부양과 기업설비투자에 따른 자금수요로 중장기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달 금리를 상회하는 기업순익 증가가 뒷받침될 경우 주식시장은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인다.

= 내년도 상장기업의 순이익 증가세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 아쉽게도 내년 상반기 기업이익은 연간기준(YoY)으로 소폭 증가 내지 정체될 것으로 본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중국의 긴축강화 등으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급격한 순이익 증가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기업이 의미있는 증가세는 하반기들면서부터 가시화될 것이다.

= 그렇다면 내년도 상반기 증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주가는 약화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펀드매니저가 순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실적이 부진하면 가치(Valuation) 측면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투자할 것이다.



가령 삼선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올 4분기보다 의미있는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2008년 연간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역사적 최저점수준이다. 자산가치 측면에서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른 종목들도 이익보다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은행 자동차 조선 등 선별 매수

= 그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저평가된 유망업종은 무엇인가.
▷ 앞서 언급한대로 삼성전자를 들 수 있다. 또한 자동차와 은행업종도 주가순이익배율(PER)과 PBR 측면에서 저평가상태다. 올 4분기 이후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조선업종도 개인적으로 여전히 싸다고 생각한다. 올해 실적과 내년도 실적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가수준이 결코 비싸지 않다. 나머지 업종은 아직 확신이 들 정도로 '저평가'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을 단순히 '저평가' 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 인정한다. 내년 상반기 국내증시는 변동성이 매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중국발 뉴스에 국내증시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아 매수주체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서는 중소형주들의 매매가 활발해 질 수 있다.

= 내년도 상반기 약세장을 전망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정했는가.
▷12월들면서 98%를 유지하던 주식편입비율을 다소 낮췄다. 연말기준으로 94%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펀드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내년 상반기 뚜렷한 주도업종을 확신하기 힘들어 지수를 따라가는 방어적인 전략을 세웠다. 다만 하반기에는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는 업종과 종목의 비중을 늘려 시장초과수익률을 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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