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이머징마켓 혁명시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1.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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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4>아그마엘 EMM 회장 인터뷰

"세계 경제, 이머징마켓 혁명시대"


"현재는 이머징마켓의 다국적 기업이 수십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25년 내에, 아니 어쩌면 10년 내에 이머징마켓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다국적 기업 수백개가 탄생할 것이다."

앙트완 반 아그마엘 EMM(Emerging Market Management)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1세기는 이머징마켓의 세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그마엘 회장은 1981년에 사모펀드 '이머징마켓 성장펀드'를 출시하면서 잠재력 넘치는 개발도상국을 가리키는 '이머징마켓'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장본인이다.



아그마엘 회장은 1987년에 이머징마켓 전문 투자자문사 EMM을 설립, 현재 약 22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도 소개된 '이머징마켓 시대(The Emerging Markets Century)'란 책을 통해 "세계 경제의 구심점이 선진국에서 이머징마켓으로 바뀌는 경제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25개의 이머징마켓 기업들 선정, 소개했다.

다음은 이머징마켓에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나오고 이들 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아그마엘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부상이 원자재 수요 급등과 같은 운 좋은 환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국은 값싼 노동력 덕분에 빠른 시간내에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기업도 단지 행운만으로 선두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 물론 원유, 철광석, 철강, 시멘트 등 중국과 인도의 수요 급증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무역조건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어떤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지금은 값싼 노동력이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다. 값싼 노동력은 대개의 경우 결정적인 경쟁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한국과 브라질, 멕시코, 중국, 대만,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25개 글로벌 기업을 선정, 분석했다. 이 결과 이들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수출시장 조기 진입, 글로벌화된 사고방식, 수준 높은 품질과 사업 추진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 연구개발(R&D) 투자, 남들이 간과하고 있는 틈새시장 발굴, 새로운 조직 모델 또는 새로운 물류 모델 개발, 뛰어난 브랜드 전략 등이었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머징마켓의 다국적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성공을 갈망하고 남들이 피하는 전략적 모험을 감행한다. 아울러 다른 이머징마켓에서 어떻게 사업을 펼쳐나가야 하는지 더 잘 아는 것 같다. 특히 이머징마켓 다국적 기업들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국가적 자존심을 갖고 반드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환경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이머징마켓의 수요는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의 중산층은 이제 막 태동단계다. 이머징마켓 중산층이 확대돼 가면 이머징마켓 다국적 기업들의 미래를 더욱 밝아진다. 이머징마켓 다국적 기업이야말로 이머징마켓 중산층을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에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경영 능력과 투명성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머징마켓 기업들은 아직 혁신과 디자인에서 선진국 기업들을 따라잡아야 할 부분들이 많다. 또 지금은 대부분의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데 앞으로 환경문제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핵심 경영진이나 기술진에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추고 있고 경영 역량이 뛰어나며 열성적이고 잘 훈련된 대규모 인력집단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경우 사회적,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 중국, 러시아 등의 경우 빈부격차가 큰 문제다. 빈부격차가 심하면 중산층의 소비가 빠르게 늘지 못하고 교육의 혜택이 골고루 이뤄지는데 한계가 있다. 폭 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현재의 '지식 기반'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빈부격차만큼 중요한 것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늦어도 10년 안에 중산층 인구가 10억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전세계 전체의 중산층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이머징마켓에서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없는데 이는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빈부격차와 함께 카스트제도라는 복잡한 계급제도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잘 교육된 중산층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것, 즉 재벌이 많다는 점이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 기회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조정하고 재창조해 나가야 한다. 끊임없는 적응이 필요하긴 하지만 방향성 없는 다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배웠다.



현재 중국과 인도의 많은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의 계속된 고성장으로 자기 과신에 빠져 비슷한 문제를 초래할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기업들 일부가 저지르고 있는 비밀스런 투자도 무차별적인 사업 다각화만큼 위험하다. 낡아 빠진 브랜드로 신중한 판단 없이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훗날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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