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電 부회장, "LG=마케팅 or 혁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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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없이 살아가는 법 터득했다"..하이닉스 인수 가능성 거듭 부인

"앞으로 몇년이 지나면 LG전자가 한국 회사인지, 미국 회사인지, 영국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완전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습니다."

지난 한해 LG전자를 완벽하게 턴어라운드 시킨 남용 LG전자 부회장. 그가 1년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객 인사이트(insight; 통찰)'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국적없는 LG전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든 국적의 LG전자'다. LG전자가 진출한 120여 국가의 완전한 현지기업이 고객 인사이트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그의 비전이다.



남용 LG電 부회장, "LG=마케팅 or 혁신"


"LG전자에 (CEO로) 취임해 보니 기술과 제조는 이미 훌륭한 기반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케팅만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로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인사이트 마케팅'이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현지 국가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 마케팅을 펼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가 말하는 고객 인사이트는 "남들은 못 보고, 우리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남들도 떠올릴 수 있는 고객의 요구는 상식일 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고객 인사이트'는 LG전자 마케터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남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인사이트 마케팅팀을 만들었다.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 팀은 구체적으로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장조사, 고객 접점에서의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전 세계 회사들이 가전제품 마케팅, 또는 마케팅에서는, 또는 이노베이션(혁신)에서는 LG 사람을 뽑아야 잘 될 수 있겠다는 이미지가 LG라는 브랜드에 숨어 있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고객 인사이트 실행 강화"= 남 부회장은 지난해 인사이트 마케팅을 위한 기반 구축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구체적 실행을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올해는 마케팅 조직과 유통 채널 구축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의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해 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는 2008년의 방향은 "한 마디로 'Consumer Driven Company'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고객 인사이트 발굴을 위한 강도 높은 노력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감성적 유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디자인 분야에 대한 노력도 한 층 배가시킬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인력관리(HR), 공급망 관리(SCMㆍSupply Chain Management) 분야에서 추가로 외국인을 영입할 계획이다. 그는 "이미 영입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외국인 임원들이 한국 본사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 글로벌 스탠더드와 문화가 빠른 시간 내에 정착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이미 반도체 없이 살아가는 방법 터득"= 매번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LG전자는 매번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물었다. "이미 반도체 없이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인수를) 검토한 바 없습니다." 더이상 질문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여전히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조금 돌려서 물었다. LG전자가 이미 거대한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이고 디지털TV나 모바일TV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차세대 캐시카우로 키우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LG전자는 사업분야도 넓고, 제품 또한 다양합니다. 전자 및 IT 분야가 간판 사업인데, 이러한 전방 사업에 부족함이 없는 기술 지원과 시너지를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능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LG전자가 지향하는 팹리스의 역할입니다."



M&A 계획은 없을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항은 없습니다. M&A와 관련해서는 먼저 LG전자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려가 전제돼야 합니다." M&A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되 당장 급하게 추진할 사항은 아니라는 얘기다.

◆PDP 어떻게 할건가.."내부에서 LCD와 경쟁"= LCD와 PDP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본 마쓰시다 등 PDP 경쟁자들이 LCD 진영으로 진출할 정도다. PDP TV와 PDP 패널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 LG전자의 계획은 어떨까.

"LCD와 PDP 경쟁체제를 회사 내부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도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 밖만을 시장으로 보던 기존의 시각을 버리고 내부 경쟁이 강화해야 합니다." PDP를 집중 육성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팽게칠 필요도 없다는 것. 시장에서의 경쟁처럼, 내부에서도 경쟁시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6월 TV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능별 조직을 제품별 사업부제로 재편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LCD TV, PDP TV, 모니터 등 3개의 사업부로 나눴다. 또 본부 직속 상품기획팀 조직을 세부 제품별로 분리해 각 사업부 산하로 이관했고, R&D 조직 또한 제품별로 분리해 각 사업부 산하로 이관한 바 있다.

◆앞으로 뭘로 먹고 살건가..에너지솔루션·카인포테인먼트 육성"= 남 부회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기존 사업의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LG전자는 에어컨사업을 '에너지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 신성장 사업의 하나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최근 출시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40년간 축적한 에어컨 공조기술 및 고효율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솔루션'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0년까지가 가정용 에어컨 시장 성공을 기반으로 한 성장기였다면 2001년~2007년까지 고효율 기술의 상업용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는 고도화 단계였습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에너지 솔루션 사업 진출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그는 "에어컨 기술력과 에너지 솔루션을 연계한 신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친환경 이슈에 적극 대응할 것이고 이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밖에 차세대 신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카인포테인먼트(Car Infortainment) 영역에 대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치확인 및 지리정보 뿐만 아니라 향후 자동차에서도 집에서와 같이 홈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진일보된 디지털 컨버전스를 가능케 할 계획입니다."

또 디지털방송, 차세대 DVD 외에도 디스플레이 및 IT 분야의 기술표준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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