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기상도]이머징마켓 활황 지속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1.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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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게 의미있는 한 해였다. 친디아(중국+인도)는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를 디커플링(탈동조화)해줄 대안으로 떠올랐고 브라질, 러시아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을 기준으로 이머징마켓의 구매력 평가지수 기준(PPPI) GDP가 세계의 50%를 넘어서는 등 이미 이머징마켓 전체의 경제 규모가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이머징(Emerging : 부상중) 마켓이 아니라 이머지드(Emerged : 이미 부상한)마켓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2008년 역시 이 같은 이머징마켓의 질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이머징마켓의 경기 신뢰에 대한 의문으로 등장했지만 선진시장의 이상 신호는 더이상 과거와 같은 절대 존재가 아니다.

이머징마켓은 그간의 성장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웠다. 선진시장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이머징마켓간의 역내 무역이 미국과의 디커플링 움직임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 역시 선진시장의 경기 둔화 움직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올해 이머징마켓 경제의 성패는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를 각국의 자생력으로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중동을 중심으로 올해 이머징마켓 경제를 점쳐본다.

▲ 브라질=지난해 4.8%의 성장률은 기록한 브라질은 올해 4.5%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OECD 발표 기준). 하지만 브라질 증시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 지난 4년간 900%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던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해 역시 41% 급등했다. 30차례 이상 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수익률도 평균 34%로 준수하다.


브라질 증시의 매력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 둔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점이다. 펀더멘털은 견고하고 성장 잠재력도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자본 흐름 역시 안정적이다.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1786억달러로 연초 대비 110.9% 상승했다.

브라질의 문제는 경제 바깥에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2006년 대선 압승으로 해묵은 정치 불안은 어느 정도 희석됐지만 수년간 이어진 고속성장은 분배 문제를 야기했다. 브라질의 빈부 격차는 현재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극빈층 1억8200만명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2.4%에 불과하다.



▲ 러시아=러시아는 지난해 7.3%에 이어 올해 6.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는 늦춰졌지만 투자 매력은 오히려 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부총리를 후계자로 낙점하면서 지난해 내내 러시아 경제를 괴롭혔던 정치 불안이 사라진 것이 장밋빛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재정 완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악화를 경험했다. 이에 긴축 재정과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국영 석유사 가즈프롬 회장 출신의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 이상의 친시장적, 방임주의적인 기술관료로 정책 변화 요구에 최적임자다.

▲ 중동=중동지역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6%대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이어진 5% 이상 성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중동 경제의 힘은 역시 석유다. 고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는 전망 아래 중동은 축적된 오일달러를 인프라 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통한 내부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국부펀드 중 절반이 넘는 1조5000억달러가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다.



▲ 터키=상당수 전문가들은 터키를 주목하고 있다. 메릴린치와 스위스 UBS 등은 지난해 말 브라질, 인도와 함께 터키를 최적의 투자처로 꼽았다. 중국 경제가 세계의 저가품 생산공장으로 부상했다면 터키는 유럽의 생산공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정치, 경제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 접근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번번이 터키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정치 불안과 인플레이션도 2002년 이슬람 정당 AKP의 집권 이후 안정됐다.

▲ 프런티어마켓=프런티어마켓은 취약한 인프라와 작은 시장 규모로 대변된다. 하지만 친디아에 버금가는 가파른 경제성장세는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하는 투자 자금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프런티어마켓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선진시장의 손때를 덜 탔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달러 약세 등으로부터 그만큼 자유롭다. 하지만 정부 규제와 열악한 증시 규모, 경제 다변화 미비 등은 프런티어마켓의 위협 요소다. 잦은 정권 교체와 같은 정치 불안도 문제다.



아시아의 베트남, 방글라데시, 동유럽의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아프리카의 케냐, 튀니지 등이 이런 경우다. 이에 프런티어마켓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아세안(ASEAN)이 대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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