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기상도]미국 침체냐 둔화냐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1.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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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경제는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주택 시장 침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발 금융시장 혼란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훼손된 채 중대 기로에 섰다.

미국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이머징마켓 경제 호황에 힘입어 2006년까지 호황을 즐겼지만 경기 호황 국면은 이미 2007년 막을 내렸다.



문제는 경기 성장세 둔화가 경기 침체(Recession)로까지 심화될지 여부다. 일부에서는 미 경제가 침체까지 가지 않고 성장 탄력만 둔화되는 '연착륙(Soft Landing)'에 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침체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2.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전망했던 올해 예상 성장률 2.5~2.75%에 비해 더 낮아진 수치이며 2007년 성장률(추정) 2.4~2.5%에 비해서도 낮다. 연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서 "신용 시장 경색과 서브프라임, 예상 보다 악화된 주택 지표, 고유가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혼재돼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미국의 경제 장률을 1.8%로 예상하면서 침체에 빠질 확률은 40~45%로 전망했다. 종전 예상했던 침체 확률 30%에서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2008년 미국 경기의 후퇴 정도를 결정한 중요 변수는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유가 등이다. 모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좌지우지할 요인들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주택시장이다.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닷컴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택 판매는 2008년 초, 주택 착공은 2008년 중반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2009년 초까지 계속 하락해 지난 2005년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13%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시장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올해도 침체가 계속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금융권의 신용 경색이 얼마나 빨리 수습될지도 관건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모기지와 신용카드 업체들은 이미 여신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가뜩이나 고유가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용 시장의 돈줄 마저 막힐 경우 소비 심리 급랭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직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고유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발목 잡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7년 100달러에 바짝 다가선 유가는 올해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머징마켓의 점증하는 수요에 비해 산유국의 증산 계획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4년만에 가장 큰 폭인 3.2%의 상승률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년여만에 가장 큰 폭인 0.8% 상승했다. 11월 CPI에서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0.3% 증가,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를 더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게있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감하게 말하자면 이달들어 미국 경제는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3%까지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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