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채권 대량 처분..외국인이 쓸어담아

더벨 황은재 기자 2007.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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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국내은행 4년만에 채권 순매도 최고

이 기사는 12월26일(17: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3분기 채권시장에서 국내은행들이 대규모 채권매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4년만에 최고치로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대규모 채권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계은행 지점 역시 2분기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해 명실상부한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이 2분기 이후 투자 방법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은 외은지점을 통해 금리차익거래 등 채권투자에 나섰다면 이제는 직접 채권 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외화차입 규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은행 4년만에 순매도 최고..9조 팔았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3분기중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 지점은 3분기중 9조692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국내은행(일반시중은행 및 특수은행 포함)은 9조784억원으로 지난 2003년3분기 11조168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채가 4조3466억원으로 절반 가까지 차지했다. 은행들은 채권을 팔거나 만기도래한 국채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이나 다른 자산 투자로 이동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 한국은행, the bell↑자료, 한국은행, the bell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채 순발행이 줄면서 시중은행들이 채권 재투자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시중은행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투자나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매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2분기 2조3704억원어치의 채권을 팔아치운 외은지점도 3분기에는 6138억원의 채권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채가 1조6016억의 순매도를 기록해 국채를 팔고 통안채 등 만기가 짧은 다른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금리차익거래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달러 차입이 막힌 상황에서 추가로 채권 포지션을 늘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콜 차입을 통한 채권매수도 줄였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외은지점의 콜머니 사용액은 감소했다"며 "콜차입을 통한 채권 매수는 많지 않았고 통계대로 오히쳐 채권 투자 운용규모를 줄여갔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규모 채권매집.."쓸어담았다"



반면 외국인은 공격적으로 채권투자를 늘렸다. 기존에 외은지점을 통해 채권투자했다면 이제는 본점이 직접 통화스왑(CRS) 등을 통해 원화로 바꿔 유통시장에서 국채와 통안채 등을 `거둬` 들였다.

한은 관계자는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사간 주체들은 비거주가 대부분을 매입갔다"고 말했다.

올 3분기 외국인의 채권순매수는 9조6740억원으로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2조원과 1조400억원에서 급증했다. 금액도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이 팔아치운 규모와 비슷해 국내은행들은 채권을 팔고 외국인은 채권을 사는 구조가 형성됐다.
↑자료, 한국은행, the bell↑자료, 한국은행, the bell
이들 외국인 동향은 장외시장의 순매수 비중 변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협회를 통해 집계되는 장외채권거래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과 은행간의 순매수 비중 변화가 올 3분기를 기점을 갈리고 있다.



↑자료, 한국증권업협회, the bell↑자료, 한국증권업협회, the bell
지난해 12월 전체 순매수액 가운데 41%를 차지했던 은행권의 채권 순매수 비중은 올해 3월 27%대로 떨어졌고 12월에는 10%대로 추락했다. 반면 외국인은 2%에서 지난 11월 43%대까지 급등했고 12월에는 39%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은 본점이 국내은행과 스왑거래를 통해 원화를 확보해 채권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외은지점이 했던 역할을 이제는 외은 본점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화차입 규제, 외은지점 손비인정한도 축소 등으로 외화차입을 제한한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이익만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정부와 한은이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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