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5년 부동산 돌아보니…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7.12.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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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5년 부동산정책 평가](上)5년간 10차례 대책, 무엇을 남겼나

"찾는 이도 없고 거래도 없다."
"언제 사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

막바지에 이른 참여정부 집권 말기 부동산시장 상황을 대신한 표현이다. 부동산시장이 한겨울 서리발이 내린 것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상당기간 끝을 모르고 치솟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원인은 무엇보다 실종된 수요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광범위한 거래 규제, 세제 강화, 대출 제한 등이 매수세를 묶고 있으며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가격 인하 조치가 수요자들의 시기 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입주지연을 포함, 갈수록 쌓여가는 미분양 물량과 수도권 주요 단지로까지 번지고 있는 청약시장 악화가 현재의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표면적으론 '안정'을 꾀해온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효과가 집권 말기에서야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나 평가가 상당하다.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양극화 심화와 함께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을 외면한 부동산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현상 만을 가지고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정책의 성패는 결과를 가지고 논해야 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지배해 온 시장의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양시·양비론의 공존 속에서 참여정부의 정책 전반을 재평가하고 향후 정책 과제에 대한 대비와 도출된 문제점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여정부 5년의 주요 부동산대책=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참여정부는 부동산 관련 직·간접적 수단을 대부분 꺼내들었다. 원가연동제, 분양가상한제, 주택거래신고제, 토지거래허가제, 각종 조세 부과, 재건축 요건 강화 등이 시장의 직접적 개입 수단이라면 간접 수단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요건 변경, 시중 유동성 조절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 공급확대나 주거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주거복지 향상 정책도 동시에 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억제'를 '안정'의 수단으로 삼았다.


참여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굵직한 부동산대책은 모두 10차례로, 큰 대책이 없었던 2004년을 제외하면 매년 2~3차례씩 새로운 규제책을 쏟아냈다. 초기 대책은 대부분 '수요 억제'에 무게를 뒀다.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을 야기시킨다는 진단 때문이다.

2003년 10.29대책과 2005년 8.31대책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보유세를 대폭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엔 대출 억제책도 따랐다. 10.29대책에서 투기지역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췄고 2006년 3.30대책에서는 고가주택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했다. 모두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조치였다.



2006년 11.15대책에서도 LTV와 DTI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조이고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역시 수요 억제 차원이다. 그만큼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투기적 수요 억제에 대부분의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이 같은 투기방지에는 '재건축'도 빠지지 않았다. 참여정부 입장에서 재건축은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출범 초기부터 골치덩이였다. 재건축에 대한 첫 규제는 2003년 5.23대책을 통해 내놓은 후분양제와 안전진단 강화 조치다. 같은 해 9.5대책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조합원 지위양도금지 카드를 빼들었다.

아직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을 공포한 때는 그해 10.29대책을 통해서다. 이어 2005년 2·17대책에서는 2종 일반주거지역 층고제한을 유지하고 3종은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등 시장의 초고층 재건축 의도를 차단하는데 포인트를 맞췄다. 3.30대책에선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함께 개발부담금제를 도입했다.



기존주택과 신규분양시장에 대한 수요 차단에도 집중했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각종 세제책이다. 10.29대책을 통해 종부세를 도입하는 동시에 1가구3주택 양도세율 인상(60% 단일세율), 주택거래신고제(전용 60㎡ 이상) 등을 선보이며 거래는 물론 보유까지도 자유롭게 놔두지 않았다.

8.31대책에선 종부세 과세대상을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인별 합산과세에서 가구별 합산과세로 상향 조정하는 등 더욱 강화된 방안을 내놓았다. 모든 부동산에 실거래가 과세를 하고 2007년부터 시행된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50%)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때다.

과열 양상이 끊이지 않던 신규분양시장을 옥죄는 방법으로는 분양권 전매금지와 연동되는 분양가상한제, 재당첨금지기간 등이 동원됐다.



후반기 부동산정책은 '공급확대'로 점철된다. 8.31대책에서 송파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놓으며 사실상 처음으로 공급을 강조한 이후 검단신도시와 파주신도시 3단계를 비롯, 분당급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참여정부 5년 부동산 돌아보니…


◇부동산정책 평가 점수는=참여정부는 투기수요로 인한 집값 폭등, 개발이익의 사유화내지 일부 부유층의 독식, 계층간 양극화 등의 시장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개선하기 위한 각종 규제의 불가피성을 견지해 왔다.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실거래가와 시세간 간격을 줄이는 동시에 등기부상에 거래가격을 등재토록 하는 등 부동산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저소득·무주택자를 우선시하려는 의도는 나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을 공공재로 규정하며 시장경제 질서와의 조화를 꾀한 점이나 기득권층의 개발이익 독점 체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런 의도속에 관련없는 수많은 직·간접 수단을 투기 방지라는 명목으로 도입, 수요와 공급을 모두 억제시키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치유할 수 없는 부작용을 낳았다. 다시 말해 수요·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시장 기능을 외면한 것이다.

관련 정책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적시적소의 주택공급 부족, 동시다발적인 전국토의 개발로 인한 땅값 급등,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시장의 과잉 유동성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오히려 상승 효과를 주는 반면 교란요인은 제대로 짚어내지도 못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본질적인 문제를 담지 못한 부동산정책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불신을 낳게 했다"며 "결국 부동산시장의 해법을 경제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소득 계층간 갈등구조 해소내지 투기세력과의 대결구도로 몰아간 것이 근본적으로 정책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심을 갖도록 한 부분이다. 주거목적 비중이 높은 수많은 국민들에게마저 부동산을 '투자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 이상의 관심을 유발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론 시장 참여자가 넘쳐나고 과도한 유동성이 집값,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

정책 수단의 집행 순서도 문제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큰 흐름은 수요억제와 공급확대다. 이 가운데 선행된 수요억제를 후순위로 돌려놓고 초기 공급확대에 비중을 뒀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참여정부 출범 초기 학계와 연구계는 물론 많은 시장 전문가들까지도 공급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출범 초기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누르기 작업부터 시행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끌어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운 정책'이란 비판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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