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홍보 사진 잘 찍으세요"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7.12.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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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훈훈한 풍경이 많다. 기업들은 장애인 복지 시설을 찾아 후원금을 전달하고, 소외 이웃과 불우 청소년, 불우 어린이들을 초청해 문화 활동을 하기도 한다.

홍보맨들에겐 이 때가 더할 나위없는 찬스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 효과에 이만한 '꺼리'가 없다.



기업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현수막을 앞에 세우고 물품을 전달한 단체장과 소속 청소년들과 기념 촬영을 한다. 연극이라도 함께 봤다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기업 로고가 박힌 옷을 입히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기자들 이메일로 전송돼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연말에 이런 사진을 숱하게 받았다. 수많은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대표이사 얼굴만 보내온 르노삼성자동차의 봉사활동 사진이다.



르노삼성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과 임직원들은 지난 20일 장애아동과 불우아동을 돌보는 복지기관의 어린이 36명을 초청해 뮤지컬을 보고 박물관을 함께 관람했다. 어린이들은 르노삼성이 새로 출시한 QM5를 나눠 타고 이동했다.

행사 중엔 많은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QM5에 몸을 싣는 장애아동의 모습, 산타복장을 한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에게 선물을 받는 어린이들의 모습 등 홍보효과가 기막한 사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사진은 모두 사장됐다. 기자들에게 보내온 사진은 산타복장을 한 위르띠제 사장이 요상한 웃음을 짓는 사진뿐이다.


르노삼성은 혹시 모를 어린이들의 인권 침해 문제 때문에 이 사진을 선택했다.

복지기관에 위탁돼 있는 어린이들도 일반 학교를 다닌다. 학교 친구들에겐 복지기관에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할 때가 많다. 자칫 기업체가 찍은 봉사활동 사진에 실린 얼굴을 같은 반 친구가 보게 된다면 그 어린이에겐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르노삼성은 어린이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드라마틱한 연출과 홍보효과를 포기했다. 예상대로 위르띠제 사장의 사진은 다음날 신문에 거의 실리지 않았다. 장애아동이 QM5에 몸을 싣는 드라마틱한 사진이었다면 사정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인권을 선택한 위르띠제 사장의 사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신문엔 실리지 않았더라도 가장 잘 찍은 홍보사진이다. 이런 멋진 홍보사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르노삼성의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 불우 어린이들을 초청해 문화관람 등을 행사를 한 뒤 이 사진을 보냈다. 어린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어린이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 불우 어린이들을 초청해 문화관람 등을 행사를 한 뒤 이 사진을 보냈다. 어린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어린이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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