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독과점·노조반대가 걸림돌

더벨 박준식 기자 2007.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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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인수 후보열전③]사업중복돼 공정위 승인 불투명..고용승계도 어려워

이 기사는 12월21일(11: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은 국내 물류사업의 낮은 이익률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통운 (96,700원 ▼3,000 -3.01%) 인수전에 참가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10개 후보 중 유일하게 참가목적과 이유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 그룹은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산업적 난제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진 (19,450원 ▲50 +0.26%)그룹은 "물류 전문사로서 동종업체인 대한통운의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특히, 대한통운과 ㈜한진의 네트워크(Network)를 결합할 경우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외형의 확장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룹의 물류 계열사 (주)한진은 영업이익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특히 업계의 경쟁이 본격화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0.2%를 기록,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택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 저하문제는 업계의 구도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한진, 독과점·노조반대가 걸림돌


업계 2위인 한진은 1위인 대한통운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1, 2위 기업의 빅딜은 원가절감은 물론 업체들의 시장교섭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한진의 기대와 달리 시장여건과 인수합병 당사자들의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먼저 독과점 문제가 거론된다.

물류업은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공식적인 기관의 통계자료가 없어 정확한 시장점유율을 산출하기 어려운 편. 하지만 종합물류 6대 업체(대한통운, 한진, 동방, 동부, 세방, KCTC)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현실을 기준으로 도출한 지난해 한진의 시장점유율은 국내 2위인 25.2%다.


만약 한진이 모그룹의 도움을 받아 1위인 대한통운(36.7%)을 합병할 경우 점유율은 61.9%가 돼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 인수의사나 효과와 관계없이 시장 독점으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자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진은 어려운 시장여건 등을 근거로 예외규정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한진, 독과점·노조반대가 걸림돌
대한통운과 수행사업이 거의 일치하는 것도 인수전 승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진이 하는 육운ㆍ하역ㆍ창고사업은 대한통운도 겹친다. 택배와 렌터카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1, 2위를 다투는 경쟁사이기 때문에 주요거점에 위치한 영업망도 겹치는 곳이 많다. 중복되는 사업과 네트워크는 합병 이후 모두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통운 노조는 최근 회사측과 법원에 인수의향서 제출기업 중 한진을 후보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공식요청했다. 대한통운이 한진에 인수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고용승계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 후보에도 포함시키지 말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진이 이 난관을 통과한다해도 본입찰에서 고용승계 계획 실현성 여부를 근거로 비계량요소 평가부분의 가점을 얻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가능성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다는 설명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 있지만 한진의 인수의지는 높은 편이다. 한진은 최근 에쓰오일을 인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내부에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 인수전 구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수전 승리를 위해서 재정자문사로 리먼 브라더스를 고용하고, 법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법인 광장을 매수주관 컨소시엄에 합류시켰다. 그룹이 세운 전략에 따라 가능한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시장에서는 인수전에 참여한 또다른 후보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둔다. 재계에서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온 두 그룹은 최근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순위가 굵직한 M&A 성공여부에 따라 뒤바뀌어 왔다.

지난해까지 순위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가 7위(22조8700억원)로 한진을 한계단 앞섰다. 하지만 한진이 올해 에쓰오일을 인수(총 24조6000억원)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대한통운 인수에 따라 다시 순위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양사는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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