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디트 모금 '가뭄'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12.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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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모금액 10.6억원 줄어..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되면 민간기관 고사 위기

마이크로크레디트 모금 '가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민생경제살리기 공약', '노벨평화상 받은 빈곤해소책'으로 유명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명성에 무색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국내 3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올해초부터 11월 30일까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금으로 기부받은 돈은 48억4200여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모금액 59억1000여만원보다 약 10억6800여만원 줄어든 금액이다.



2003년에 51억1600여만원으로 처음 시작한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금 모금은 해, 2004년에 36억5700여만원으로 줄었다가 2005년과 2006년 각각 63억2100여만원, 59억1000여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모금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기업기부의 감소에 있다. 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실무자는 "올해 들어 개인기부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데 기업기부가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휴면예금관리재단 등 공적 기관이 나서면서 기업들의 기부의욕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은 자사만의 독특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기부는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금의 주요 '돈줄'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기관인 사회연대은행과 신나는조합은 기금의 약 97%를 기업기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활동가들은 내년에 기업기부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한다. 내년 2월 정부와 금융권 주도로 출범할 휴면예금관리재단이 금융권의 휴면예금 외에 각 기업 및 금융기관 사회공헌기금까지 일부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23일 공청회에서 공개된 운영방안에 따르면, 휴면예금관리재단은 서민금융기관을 통해 교육비와 의료비, 급전 수요자금 등 신용보증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해선 재단의 전체 지원금 중 5~10%이내에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거론되고 있다.

소정열 신나는조합 조합장은 "휴면예금관리재단은 금리 20%를 상한선으로 저소득층에 무담보소액대출을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은행상품이지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활동가들은 저소득층이 금융소외를 해소하려면 소득과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 조합장은 "금융소외층에겐 의료비, 교육비 등 긴급자금뿐 아니라 창업 등 소득능력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는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은 지난 5년여 동안 저소득층에 창업 교육,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한국형 성공모델을 만들었다"며 "이 성공을 이어가려면 자생적 민간기관들이 발전하도록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3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지금까지 134억7000여만원을 저소득층 및 소외층의 창업자금으로 지원해 15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자금 중 90%가 회수되어 다른 저소득층 지원에 쓰이고 있다.

올해까지 사회연대은행은 103억원을 대출해 1079명의 일자리를, 신나는조합은 20억7000만원을 대출해 400여명이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름다운재단의 마이크로크레디트기금인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여성가장 26명에게 11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고(故) 서성환 태평양 회장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일반개인 등 거의 100% 개인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주가 상승과 함께 자산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2003년 당시 50억여원 상당 태평양 주식으로 조성됐던 기금은 현재 자산가치가 12월 20일 기준으로 134억여원으로 늘어났다.

한편, '국내 최대의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될 것으로 주목 받던 하나희망재단은 재정경제부와 '법인세 면제' 여부를 두고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아직 재단법인 신청서도 접수하지 못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초 희망제작소와 손잡고 “저소득 금융 소외계층의 창업과 경영지원을 위해 연 3~4%의 낮은 금리로 최대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앞으로 3년 간 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운동 기간 중 '민생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금융소외자 자립을 위한 국민생활안정기금 설립 및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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