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밤 TV 토론을 마친 뒤 곧바로 당사에 들러 긴급기자회견 형식으로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후보는 원래 특검을 해도 무서울 게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런 취지로 말씀해 오셨다. 다만 워낙 정략적인 특검이다보니 당에서 반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러나 이 후보의 특검 수용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잇따르고 있는 '악재'에 대한 돌파구 성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이 후보의 BBK 실소유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지난 2000년 당시 이 후보가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여기에다 이날 오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BBK 재수사 검토를 지시한 것도 특검 수용의 또다른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로서는 잇단 악재를 방치할 경우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불신이 더해져 자칫 다잡은 대선 승리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절박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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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특검법'으로 누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자 신문에 '이명박 동영상' 의혹으로 나가는 것보다 '특검법'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당내에서는 당초 특검법을 수용하자는 의견과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BBK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고 이 후보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특검을 받아들이자는 쪽과 신당의 총선 전략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집권 초반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당내에서는 특검을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그러나 이날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 입장을 밝히고 특검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여기에는 BBK 특검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신당의 '기획입국' 및 '공작정치'로 맞불을 놓을 경우 이 후보나 한나라당으로서도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특검 수사 대상과 관련해 "특검법안의 내용은 원내대표가 신당과 의논해 결정할 문제지만 우리도 그런 주장(기획입국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17일부터 시작될 신당측과의 특검법안 협상에서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 외에 신당의 '기획입국' 등도 포함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의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특검을 받아도 총선에서 불리할 게 없다. 여권의 기획공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오히려 타격을 입는 쪽은 신당이다"면서 "(특검) 수사를 정확히 하면 검찰 조사처럼 (이 후보의 의혹은) '클리어'될 문제"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