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번천이 생각을 바꿔야 할 지 모르겠다.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월대비 3.2% 상승하며 1973년 8월 이후 3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8% 오르며 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우려가 외환 시장에 전해지면서 14일(현지시간) 달러화 가치는 2004년 8월 이후 3년만에 최대폭 상승(달러/유로 환율 하락)했다. 이날 달러는 세계 주요 16개 통화 중 14개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달러 가치는 지난 5일간 유로에 대해 1.6% 상승했다. 주간 상긍률로는 지난 2006년 6월 이후 최대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1.39%(0.0204달러) 떨어진 1.443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1.4412달러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도 전일대비 0.94%(1.06엔) 오른 113.28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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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연방 기금 금리 선물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3.75%로 0.5%p 인하할 가능성이 61%에서 38%로 낮아졌다. 그리고 내년 1월 금리가 0.25%p 인하될 가능성은 100%에서 76%로 하락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혼다 토시 미즈호 은행 외환 투자전략가는 "달러/유로 환율이 최근 1.50달러를 향해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면서 "달러/유로 환율 상승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의해 더욱 가속화됐지만,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유로 환율이 올해 연말에는 1.4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달러 약세는 연준이 지난 9월 이후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1%p 인하한데 영향받았다. 미국 금리 인하로 달러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달러 이탈 추세도 가속화돼 지난달 23일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장중 사상최고치인 1.496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달러화 가치가 지난 2002년부터 지속적인 약세 추세를 나타냄에 따라 기축 통화로써의 달러의 위상도 크게 흔들렸다. 미국 경제의 약세와 대비되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 경제의 부상과 유로화에 대한 신뢰 상승,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미국 소비 시장 침체 우려 등 어느하나 달러에 우호적인 것은 없었다.
지젤 번천과 제이 지의 일화도 이러한 달러 약세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과 빌 그로스 마저 달러를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당분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44명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달러/유로 환율은 내년 3월에는 1.45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내년 말까지는 1.4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미국 달러 지수는 전날보다 1.1% 상승한 77.425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77.48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월 25일 이후 최고치다. 달러 지수는 지난 11월 23일에는 74.484까지 떨어지면서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다시 강세로 반전했다.
MF글로벌의 외환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말페이드는 "펀더멘털이 다시 달러 강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서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말까지 달러/유로 환율이 1.43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